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가 웃음을 되찾았다. 100m에서 '실격 악몽'을 꾼 지 닷새 만이다. 돌아온 볼트는 실력도 쇼맨십도 예전 그대로였다.
2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 준결선에 출전한 볼트는 1조 선수들이 출발 준비를 할 때부터 미리 트랙 위로 나섰다. 여전히 볼트는 최고 스타였다. 그는 관중의 우레와 같은 환호에 흥에 겨워 몸을 흔들었다. 중계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럽게 태권도 동작도 따라 했다.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코너를 돈 볼트는 달리면서 관중석을 쳐다 볼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이미 80m 지점부터 선두였다. 결승선을 앞두고는 속도를 조절했다. 볼트는 20초31로 전체 2위를 차지하며 여유 있게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 때는 응하지 않던 인터뷰에도 긴 시간을 할애했다.
인터뷰 중에는 '깜짝 쇼'도 펼쳤다. 볼트는 자신이 신고 뛰었던 은색 신발을 갑자기 벗더니 관중석 상단에 던졌다. 팬들은 돈벼락이라도 맞은 듯 손을 벌려 신발 쟁탈전을 벌였다. 볼트는 나머지 한 짝도 던진 뒤 특유의 '썬더 볼트'포즈를 선보이며 스스로 흥을 돋웠다.
볼트는 200m 세계기록(19초19) 보유자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200m에서 19초19를 기록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을 0.11초 줄였다. 지난해 당한 아킬레스건과 허리 부상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볼트는 올해 이 종목에서 가장 좋은 19초86을 찍어 시즌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마땅한 적수도 없어 200m 우승은 100%에 가까울 정도다.
그러나 실격에 대한 아픔을 완벽히 씻지는 못했다. 예선에서 볼트의 출발 반응속도는 0.314초로 7명 가운데 꼴찌였다. 같은 조 파벨 마스락(체코)이 0.173초의 반응 속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출발이 늦었다. 준결선에서도 0.207로 또다시 최하위. 부정 출발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월터 딕스(미국ㆍ20초37), 크리스토프 르메트르(프랑스ㆍ20초17), 니켈 애쉬미드(자메이카∙20초32) 등도 무난히 결선에 진출했다. 남자 200m 결선은 3일 오후 9시20분에 열린다.
대구=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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