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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연예계 양악수술 바람 - 몰라보겠네!…예뻐졌는데 개성 실종, 득될까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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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연예계 양악수술 바람 - 몰라보겠네!…예뻐졌는데 개성 실종, 득될까 독될까

입력
2011.09.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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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했다. 이름을 안 밝혔으면 못 알아볼 뻔했다. 한동안 안 보이더니 완전 딴 얼굴을 하고 나타난 연예인들. 비결은 '양악(위아래 턱)수술'이라 불리는 턱 교정수술. 다들 수술 전보다 훨씬 예뻐졌다. 이들 연예인 영향으로 양악수술 병원마다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하지만 예뻐진 연예인을 바라보는 감독이나 프로듀서들의 시선, 그리 곱지만은 않다. 바뀐 얼굴을 놀라워하던 대중의 관심도 그들의 연예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는 예는 드물다. 연예계에서 외모만큼이나 중요한 개성이 사라진 탓이 크다.

양악수술은 일각의 오해처럼 단순히 '예뻐지는 수술'이 아니다. 일부 환자에게만 하던 특수 시술이 전문가들의 기술적, 제도적 공감대 없이 너무 빨리 대중화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달라는 사람이 늘면서 의료계도 고민에 빠졌다.

양악수술 왜 인기인가

얼굴뼈 전문가들이 최근 양악수술이 제일 잘 됐다고 꼽는 여자 연예인은 개그우먼 강유미, 김지혜씨다. 강씨는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두 수술이 조화를 잘 이뤄 얼굴이 전체적으로 작아지면서 입체감이 살아났다는 평가다.

바로 이거다, 입체감. '화면발'에 매달리는 연예인들이 양악수술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TV 화면에선 본래 3차원인 사람 얼굴이 2차원으로 보인다. 그런데 같은 3차원 얼굴이라도 굴곡이 뚜렷하면 조명을 비췄을 때 그림자 지는 부분이 더 생긴다. 덕분에 카메라를 통해 나오는 2차원 화면에선 얼굴이 전체적으로 작으면서도 이목구비가 확실해진다. 좀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난다는 얘기다.

양악수술은 얼굴뼈를 분해해 재조립한다. 눈부터 입 사이가 너무 길면 중간에 있는 뼈를 잘라내 잇고, 턱이 너무 앞으로 나와 있으면 잘라서 뒤로 밀어 넣는다. 덕분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능하다. 안면윤곽수술은 뼈를 깎아낸다. 네모진 턱을 깎아 V라인을 만들고 튀어나온 광대뼈를 깎아 들어가게 한다. 이 두 수술을 같이 하면 작고 세련되고 입체적인 얼굴을 만드는 효과가 극대화한다.

김씨는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던 부정교합이 양악수술로 해결돼 입을 다문 모습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긴 얼굴까지 개선됐다. 양악수술의 본래 기능이 바로 부정교합 해결이다. 얼굴뼈 중 위턱(상악)이 가장 활발히 자라는 시기는 대략 12세, 아래턱(하악)은 15세 전후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더 빠르거나 늦게 자라면 주걱턱 같은 얼굴 비대칭이 나타나고 부정교합으로 이어진다.

이미지 버리기, 결국 소탐대실

양악수술 잘 된 얼굴이 예뻐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비율이다. 얼굴 윤곽이나 이목구비 굴곡 등이 의학에서 이상적이라고 보는 비율에 들어맞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랫입술은 윗입술보다 2.5mm, 턱은 윗입술보다 8mm 정도 들어가면 옆에서 봤을 때 자연스럽게 예쁜 굴곡이 그려진다. 의사는 이 같은 비율을 고려해 얼굴뼈를 얼마나 잘라내고 어디에 이어 붙여야 할지를 결정한다.

얼굴에서 뼈의 위치와 들어가고 나온 비율이 바뀌면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미지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인기를 얻고 싶어하는 연예인으로선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파격적인 패션을 연출하는 것만으로 변신이 쉽지 않았던 연예인이라면 더욱 그럴 게다. 한번의 수술로 확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소탐대실'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연예인들은 쌓아온 이미지 때문에 역할이 고정되고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장은 젊고 예뻐 보여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옛 얼굴을 버리고 새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확고히 구축한 캐릭터를 유지하는 것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이 2, 3년 뒤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연예인뿐 아니라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지망생들까지 몰리면서 양악수술 개업가는 호황을 맞았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지금까진 연예인에게도 수술비용을 똑같이 받았는데, 앞으로는 달라질 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병원 홍보를 위해 수술 사실을 공개하는 대가로 비용을 낮춰주기도 한다는 얘기가 개업가에선 이미 공공연히 나돈다.

너도나도 양악수술을 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 예쁜 연예인은 넘쳐나지만 개성 있는 연예인은 찾아보기 어려워지게 된다. 허웅 SBS 드라마국장은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드러내는 게 좋을지는 각자의 판단이니 선택을 존중해줘야겠지만 (양악수술로) 개성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라며 "예쁜 연기자도 필요하지만 개성 있는 연기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양악수술만 3,000건 넘게 했다는 한 성형외과 의사는 "연예인 K씨와 L씨를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튀어나왔던 입이 들어가?했는데, 너무 많이 밀어 넣는 바람에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졌단다. 그는 "돌출 입이 심하지 않은데도 양악수술을 강행하면 조금만 넣어도 합죽이처럼 보일 수 있다"며 "기술이 부족하면 수술 중에 의도하던 것보다 뼈를 더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악수술 놓고 사실 의사들도 고민이다.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될 얼굴인데 간절히 원할 때는 해줘야 하나 돌려 보내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정상치보다 뼈를 더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 과정이 수술만큼이나 쉽지 않단다.

양악수술 하는 진료과는 치과(구강악안면외과)와 성형외과다. 단지 미용만을 위해 선뜻 선택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수술이라는 게 두 과의 공통 견해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두 가지. 위턱 뒤로 지나는 큰 혈관을 잘못 건드리면 대량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수술 후 뼈를 자른 부위가 부으면 기도(氣道)가 눌려 숨 쉬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박상훈 아이디병원장은 "의사의 경험과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시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정교합이나 안면비대칭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주로 종합병원 중심으로 했던 수술이 너무 빨리 개업가로 퍼진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휘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치료 받을 기회가 늘었다는 점에선 환영할만하지만 필요 없는 사람에게 시술하거나 과하게 시술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윤리가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 안면윤곽술 먼저 상담 뒤 분야별 협진 여부 꼭 체크

수술 하는 사람도 간단치 않다. 받는 사람도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굳이 양악수술을 해야겠다면 병원 잘 골라야 하다. 수술 전 충분한 상담은 당연히 필수다.

● 양악수술만 권하는 병원은 피한다.

양악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안면윤곽수술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각턱이나 광대뼈가 그런 예다. 양악수술은 2~3시간 걸리고 2~3일 입원한 뒤 6개월~1년은 월 1회 정도 내원해 경과를 확인해야 한다.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회복기간까지 합해 대략 2,000만원 안팎이다. 안면윤곽수술은 1~2시간 걸리고 1~2일 입원한다. 회복기간은 1~2주일, 400만~800만원 선이다.

● 분야별 전문의 협진이 가능해야 한다.

양악수술은 미용과 기능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는 턱뼈와 근육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성형외과, 턱뼈와 치아의 조화를 맞춰주는 교정과, 치아와 턱의 기능을 개선하는 구강외과 등 여러 과 전문의들이 함께 진료해야 가능하다.

●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해야 안전하다.

양악수술은 전신마취 후 이뤄지는 큰 수술이다. 복부나 팔다리 수술과 달리 마취를 하는 호흡기가 수술 부위와 가깝기 때문에 수술과 마취의 안전성이 직결된다. 특히 머리나 얼굴 쪽 마취 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필요하다.

●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수술 후 기도 확보를 위한 응급장치, 전신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 안전하게 마취할 수 있는 기기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응급시스템을 갖춘 병원일수록 안전하다.

●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찾는다.

고난도 수술이니만큼 집도의의 임상경험이 수술 성패와 안전을 좌우한다. 경험이 많을수록 얼굴 속 좁은 공간에서 근육과 혈관, 뼈, 신경 등의 위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응급사태에 대처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 범위나 정도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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