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그제 기자간담회는 그 내용 못지 않게 간담회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였다. 현 정부 들어 외국순방 중 또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 간단한 브리핑 이외에는 일절 공식 기자간담회를 피해왔던 박 전 대표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주요 현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무성했다. 그런 그가 기자들을 불러놓고 대북정책 소신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했으니 그 자체로 뉴스거리가 될 만했다.
박 전 대표의 간담회는 미국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스' 9ㆍ10월호에 기고한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미 보도된 대로 박 전 대표는 이 기고에서 '신뢰외교'와 '균형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간담회에서는 신뢰외교를 작동하게 하는 균형정책에 대해 "유연할 때 더 유연하고 단호할 때는 더 단호함으로써 안보와 교류, 남북관계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잡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과 현 정부의 압박 정책을 뛰어넘는 '제 3의 길'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이명박 정부의 경직된 대북 압박정책을 겨냥하는 의미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의 대북정책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언급은 사실상 대북정책 차별화 선언과 다름없다. 그간 자중하던 박 전 대표가 대북정책 차별화를 필두로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여당 대선주자가 공공연하게 대북정책 차별화를 말하는 것은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돼온 통일부장관을 교체하고 보다 유연한 후임을 발탁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북정책을 진취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박 전 대표의 대북정책 구상 공개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ㆍ현 정부의 대북정책 공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위에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얻는 대북정책을 벼리고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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