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이 난 지 100일이 넘도록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피해 여학생이 직접 방송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징계 여부에 대해 쉬쉬하는 실정이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동기 남학생들한테 성추행을 당한 고대 의대 여학생 A씨는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어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인터넷과 학교, 병원 등에서 사실과 다른 악의적인 소문이 돌아서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공개 석상에 나선 경위를 밝혔다.
A씨는 "가해 학생이 병원과 학교에 제가 평소 생활이 문란했다는 등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해 학생에 대한 출교 조치를 안 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의대 교수가 강의실에서 '(성추행 가해 학생들이) 다시 돌아올 친구니까 잘해줘라'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학업을 포기하면 1년 더 학교에 다녀야 하고 가해 학생들과 혹시 얼굴을 봐야 할까 봐 (이번 학기에 졸업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특히 "지금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매일 밤 수면제를 먹고 약을 복용하면서 치료 받고 있다"며 "겉으로는 밝은 척하면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하고 있다 보니 외부 사람들이 제가 정말 괜찮은 줄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모(24)ㆍ박모(23)ㆍ한모(24)씨 등 가해 학생 3명은 지난 7월 10일 검찰에 구속 기소돼 지난달 30일 3차 공판을 받았다. 재판 진행 과정 중 박씨와 한씨 등 2명은 혐의를 인정했으나 배씨는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들을 출교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학교 측의 대응은 답답하기만 하다. 가해 학생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꾸린 학생상벌위원회는 징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려대 안팎에서는 가해 학생들의 재입학이 불가능한 출교 대신 퇴학이나 제적 처분이 내려졌다는 이야기들이 나돈다. 상벌위는 학부 전체 개강일인 지난 29일 가해자측 변호인을 불러 청문절차를 진행,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리고도 여론 눈치를 살피며 공개를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대의료원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도 상벌위 쪽에 (징계 결과에 대해) 문의를 해보지만 어떤 대답도 얻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발표를 안 할 수는 없는 건데 '기다려봐야 한다'고만 한다"며 답답해 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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