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공장에는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시설)라는 게 있다.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벙커C유와 아스팔트 등 품질이 낮은 중질유를 분해, 탄소 배출이 적고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나 경유로 바꾸는 시설이다. 이른바 누룽지를 다시 쌀밥으로 만들어주는 알짜배기 설비인 셈이다. 때문에 고도화 비율이 높을수록 비싸게 팔 수 있는 경질유 생산을 늘릴 수 있어 정유업체들은 고도화 설비 증설을 위해 아낌 없이 투자해 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정유업계의 '고도화 비율 높이기' 경쟁에서 한 발 앞서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1일 충남 대산공장에서 하루 5만2,000만 배럴의 중질유를 처리해 경질유로 바꾸는 제2고도화 설비를 준공했다. 대산공장 108만3,00㎡ 부자에 자리 잡은 이 시설은 2009년 착공, 2조6,000억 원 들여 만들었다.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를 통해 고도화비율을 30.8%로 끌어올리며,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하루 일일 원유처리량 39만 배럴 중 기존의 제1고도화 설비 6만8,000배럴을 포함해 총 12만 배럴을 고도화 할 수 있게 됐다.
고도화 비율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996년 가장 먼저 고도화 설비를 지은 이 후 2개의 고도화설비를 운영해 오고 있는 에쓰오일(25.5%)이 1위였다. 하지만 GS칼텍스가 2년 동안 2조6,000억원을 들여 세번째 고도화 시설을 올 상반기 완공하면서 고도화비율 28.3%로 선두로 치고 나갔다. 3개의 고도화설비를 보유한 SK에너지는 15.4%(17만2,000배럴)이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편입된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고도화 설비 준공을 통해 더 공격적으로 투자와 경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오갑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5~6월 회사를 상장할 계획"이라며 "공장 고도화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니 앞으로는 윤활기유와 프로필렌유도체 사업(고도화설비를 통해 만든 휘발유나 경유를 석유화학제품으로 활용하는 것)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이후 내수시장 점유율이 18%대에서 20%대로 오른 반면 부채 비율은 1년전 216%에서 현재 200%로 낮아졌다"며 "이번 고도화설비 건설로 3조원 가까운 빚을 냈지만 3년 안에 갚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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