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차모(40)씨는 올해 주식투자로만 1억 원 이상을 날렸다. 특히 주식시장이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던 지난달에만 눈 깜짝할 사이에 5,000만원 가량 손해를 봤다. 그는 "주식투자로 돈을 날려 자살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손실 폭이 컸던 결정적 이유는 KODEX(코덱스) 레버리지(차입) 상장지수펀드(ETF)에 '전부 걸기(몰빵)'를 했기 때문이다. 코덱스레버리지는 주가 등락률의 2배만큼 수익이나 손실을 안겨준다.
코덱스레버리지는 매수 시점인 8월 초 대비 한때 50% 가량 떨어졌다. 1억 원을 투자했는데 2,500만원만 남은 것이다. 지금은 수익률을 어느 정도 회복해서 손실액이 5,000만원 정도다. 그는 4월 한 코스닥 종목을 1만7,000원대 꼭지에서 산 뒤 1만원 밑으로 떨어지자 견디다 못하고 5,000만원 손해를 보고 팔아 치웠고, 코스피 우량주로 구성된 ETF로 기사회생하려 했으나 더 큰 낭패를 보고 말았다.
주가하락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개미들이 속출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이다. 또 이중 상당수는 최근 들어 다양한 형태의 파생상품투자가 보편화되면서, 대박의 꿈을 안고 들어갔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들이다.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이자내기도 버거워 궁핍한 생황을 이어가고 있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에 빗대, '스톡 푸어(stock poor)'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은행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를 했다가 원금을 날리고 은행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주가하락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어 경기침체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지 않아도 썰렁한 추석경기에 '스톡 푸어'의 증가는 실물경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현재 신용거래 융자액(개인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빌린 돈)은 4조9,414억원에 달해 8월 초와 비교해 1조4,082억원이나 줄었다. 이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담보가 되는 주식 가격이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담보로 잡힌 주식을 팔아서 빚을 갚는 반대매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증시 급락으로 개인 주식 자산 중 60조원 가까운 돈이 증발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1명 당 1,200만 원 가까운 돈을 손해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장관계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저축은행을 통해 돈을 빌리는 연계 신용대출까지 감안하면 충격은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단지 갖고 있던 주식 자산 감소에 그치지 않고 빚더미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