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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수사자료? 경찰 "어디 있는지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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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수사자료? 경찰 "어디 있는지 잘 몰라"

입력
2011.09.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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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는 며칠 전 장기 미제사건 기록을 찾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한 14년 전 살인사건 용의자의 몽타주를 찾기 위해 문서고를 하루 종일 뒤졌지만 허탕을 쳤기 때문이다. 이 사건 관할인 서초서 관계자는 "워낙 오래된 사건이다 보니 사건 기록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경찰의 미제사건 관리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제사건 관리 원칙도 부실하고, 사건 전산화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연계 수사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일 "기록 보존관리 내부 지침에 따라 사건 자료를 관리하는 일선 경찰서와 지방청에서 공소 시효까지 자료를 보관하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1998년 관내 룸살롱에서 3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미제사건 전담반을 둔 A경찰서 관계자는 "그동안 특별한 수사 단서가 나오지 않아 수사 기록을 확인해 본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급하게 사건 기록을 찾으려면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지난 10년간 수사본부가 설치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미제사건 20여건의 진행 상황은 경찰청에서 관리 중이나 제대로 된 자료 없이 말 그대로 관리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굵직한 사건들이 많은 서울경찰청 산하, 특히 강남권역 경찰서의 경우 조현오 경찰청장의 장기 근무 형사 순환 인사 지시로 미제사건 내용을 제대로 아는 수사관조차 부족해졌을 정도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뒤에 경찰에 입문해 미제사건 당시의 수사 상황도 모르는 형사과장들이 많은데 이들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주요 미제사건의 경찰 수사 기록과 사진 등이 제대로 데이터베이스(DB)화가 안 돼 개인적으로 자료를 축적해 온 퇴임 경찰관에게 의존해야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퇴임 경찰관은 "관심을 가진 후배들이 내가 아는 미제사건에 대해 연락을 해오기도 하지만 개인에 의존해 문제를 푸는 셈이어서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04년부터 형사 사건들을 간단한 텍스트로 정리해 놓은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2006년부턴 문서로 저장이 가능해졌다. 지난해에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구축해 문서화는 물론 범죄 사건 현장과 구조도 같은 이미지까지 종합 관리하고 있다. 다만 이 시스템 구축 전 과거 사건은 아직 전산화가 완료되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미제사건 전산화에 들어갈 비용, 인원, 서버의 저장용량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조치를 미루고 있다.

상황 타파를 위해 미제사건 전산화, 본청과 일선의 정보 공유, 공소시효가 다가온 미제사건을 관리하는 전담 조직 구성 필요성도 제기된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미제사건에 대한 장기적인 증거물 보관 시스템이 없다"며 "20~30년치의 기록과 증거물들을 따로 정리, 보관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장기 미제사건 전담반을 본청 등에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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