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성보상회 앞. 아침 출근시간을 넘겼지만 하위 1차선은 물건을 싣고 내리는 용달차와 손님들이 몰고 온 차량들에 점거된 상태였다. 2차선도 정차 중인 버스와 택시, 용달차 등으로 엉켜 있었다. 겨우 남은 한 개 차선으로 이동하던 택시기사 윤모(55)씨는 "차만 안 막히면 1분이면 갈 거리를 10분, 20분 넘게 멈춰 서 있었다"며 "가뜩이나 추석 전후로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주ㆍ정차 허용으로 교통지옥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경찰청이 추석 대목을 맞아 전통 재래시장을 돕겠다며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시내 151개 주요 시장 주변 구간에 2시간 이내의 주ㆍ정차를 허용한 첫날.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주변 교통 정리가 제대로 안돼 복잡했고 상인이나 손님, 대중교통 기사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영등포구 영등포2가 영등포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버스정류장 부근에 주차한 차들 때문에 뒤따라오던 버스 서너 대가 차로를 변경하면서 병목현상이 이어졌다. 여기에 주차된 차량과 오토바이 등이 얽혀 편도 3차선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영등포시장 상인 박모(57)씨는 "2년 전 공영주차장이 사라지면서 퇴근시간 때면 거의 주차장으로 변하는데 2주간 시장 주변 도로에 주ㆍ정차를 허용한다고 하니 오히려 손님들이 주차 걱정에 재래시장을 찾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동시장 상인 이모(48)씨는 "이곳은 평일에도 상습정체구역이다. 그나마 단속을 하니까 차들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동하는데 2시간 동안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도로는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을 찾은 손님 이모(56)씨는 "도로보다는 주변 상가 등과 협조해 임시 주차장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의 홍보 부족과 무성의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경찰은 시장 주변에 안내 플래카드와 입간판 1개 정도만 설치했다. 하지만 근무 경찰은 잘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대부분의 상인들과 손님들은 "재래시장 주변 주ㆍ정차 허용 조치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박봉주(45) 영등포시장 상인회 상무는 "어제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구청에 전화하니 담당자도 모르더라. 우리는 평소 도로에 차들을 못 세우게 단속해왔는데 이것도 못하게 되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시장 상인대표들과 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이번 조치를 알렸는데 아직까지 상인대표들이 상인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책임을 미뤘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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