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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카운셀러] 명절만 되면 음식 준비 등 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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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카운셀러] 명절만 되면 음식 준비 등 너무 싫어

입력
2011.09.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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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우울증 겪는 주부들 많아 제3자에게 마음 털어놓으면 도움

(한국일보 건강면은 '마음카운셀러'란 이름의 상담실을 운영합니다. 일상 속 고민이나 힘든 마음 이야기를 precare@hk.co.kr로 보내주시면 대신 전문가에게 상담해드립니다.)

다시 또, 명절이네요. 정말 싫어요. 삼시 세 끼 일일이 밥상 차려내다 보면 하루를 내내 부엌에서 보내죠. 몸 힘든 건 참는다고 해도 마음 불편한 건 정말 어쩔 수 없어요. 도 닦는 심정이에요. 평소엔 거의 연락 않다가 명절 때만 얼굴 맞대는 시댁 친척들이 서먹서먹한 것도 불편한데, 대화 중에 저나 우리 아이가 비교되거나 차별 받는 것 같을 땐 부담스럽고 서운하고 화나고,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뒤섞이죠. 특히 몇몇 시댁 어른이 남자는 부엌에 들어오면 방해된다든지, 과일은 여자가 깎아야 한다든지 그런 남녀차별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실 땐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요. 이번 명절 어떻게 날까, 벌써부터 답답해오네요.

40대 초반 주부(경기 안양시 비산동)

명절 때마다 일시적으로 우울증상에 시달리는 주부가 많아요. '명절증후군' 또는 '명절우울증'이라고 불리죠. 명절우울증은 짧은 기간 동안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갑자기 과도하게 생겨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우울증과 동일하다고 보긴 어려워요.

'좋은 며느리'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순응해온 과거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 여성일수록 명절우울증을 많이 겪는 경향이 있어요. 명절에 생기는 여러 일들에 대해 옛날 며느리들은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수긍하고 받아들였지만, 요즘 젊은 여성들은 시댁 식구와 교류가 적은 데다 가부장적인 과거 가치관에 대한 반발까지 겹치면서 모든 일에 짜증이 나고 몸살이 나는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함께 오는 겁니다. 단시일 안에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남편과 불화나 시댁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겠지요.

명절을 맞기 전에 '환기효과(ventilation)'를 이용해 보세요. 갈등이 있는 대상을 만나기 전에 제3자에게 갈등 요인들을 털어놓아 앞으로 일어날 갈등 상황에 대해 사전 적응을 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실내 공기가 탁할 때 창문을 열어 맑은 공기로 바꾸듯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이들과 갈등 상황에 대해 대화하면서 미리 몸과 마음을 적응시키는 거에요. 주부들이 친구들과 전화 통화 하는 것도 환기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죠. 정신과 상담도 결국 환기효과를 한층 심화한 형태로 볼 수 있어요.

스스로에게 환기효과를 적용해본 다음에는 가족끼리 마음 터놓고 대화를 시도하세요. 얘기해봤자 뭐가 달라지나 싶어 무조건 참기보다 서로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공유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겁니다.

상담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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