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소형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2009년 5월 첫 선을 보인 도시형생활주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아파트 시장과는 달리 '적은 몸값'과 높은 수익성을 앞세워 인기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소형 주택의 공급 부족을 보완하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 도심 곳곳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위주의 주택 사업을 벌여왔던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업체의 생존 기반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 건설사 밥그릇 뺏기 논란
대형 건설사들의 도시형생활주택 시장 진출에 대해선 시각이 크게 엇갈린다. 대형 건설사들은 "주택시장 침체를 탈출하기 위한 틈새시장 개척"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영세 건설업계의 밥그릇 뺐기"라고 비판한다.
사실 20~30㎡ 안팎의 소형주택 건설은 그간 중견업체도 거들떠보지 않던 영세시장. 하지만 아파트 분양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독 공급이 부족한 소형 주택시장으로 수요가 넘치면서 대형사마저 눈독을 들이는 황금시장으로 바뀌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도시형생활주택 진출을 선언하고 브랜드를 공모 중이다. 연말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90여 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별도 브랜드 '플래티넘S'를 도입하고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전용 17~31㎡ 291가구를 공급한다. 앞서 금호건설과 롯데건설도 각각 '쁘띠 메종'과 '루미니'라는 소형주택 브랜드를 선보이고 사업부지를 물색 중이다.
이에 대해 연립이나 다가구 주택을 지어 팔던 영세 중소 건설사들은 생존권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인지도와 브랜드에 밀려 존폐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한 소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 영세상인들을 몰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건설시장 침체로 경영난이 심각한데, 대형사들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본격화하면 영세 업체들이 발 붙일 곳은 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차난ㆍ소음 등 난개발 우려
도시형생활주택은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1~2인 가구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등 최근의 전세난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 올 들어 7월까지 전국에서 3만7,051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이 건축허가 및 사업승인을 받았고, 정부도 올해 공급 목표를 당초 4만가구에서 6만가구로 크게 늘려 잡았다.
하지만 건축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난개발이나 주거환경 악화의 우려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공간 부족. 그간 가구당 0.5대였던 주차장 확보 기준이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서는 연면적 120㎡ 당 1대로 완화되면서 주차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당 평균 면적이 20~30㎡인 점을 감안하면 4~6가구 당 1대 꼴로 바뀐 셈이다. 또 일반 주택과 아파트에 비해 소음·부대시설 설치 등의 건축기준이 느슨해 주거환경이 악화할 소지도 다분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우후죽순 난개발이 될 위험이 큰 만큼,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