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소비자물가는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무역 흑자는 2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 들었다. 빚을 진 가구의 연체율마저 치솟으면서 고물가 속에 경기마저 악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3%나 급등,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소류와 금반지가 한 달 전에 비해 각각 32%, 12% 치솟으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전세와 월셋값도 1년 전보다 5.1%, 3.0%씩 급등하며 각각 8~15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정부는 "추석 이후 채소류와 과일값이 안정되고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이 반영되면 9월부터는 3%대 안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올 들어 8월까지 평균 물가가 4.5%나 올라 정부의 '연간 4.0% 상승' 목표는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실물경제 타격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7월 63억1,600만달러로 월간 최대 흑자를 냈던 무역수지는 지난달 8억2,000만달러 흑자에 그쳤다. 한달 새 흑자액이 87%(55억달러)나 줄면서 작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는 "8월 수출물량을 7월에 미리 소화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임을 강조하면서도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 악화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탓에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7월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77%로 작년 8월(0.78%) 이후 가장 높아졌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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