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상식의 정치'로 사회가 온통 어수선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무언가 자꾸 삐뚤어져 가는 것 같아 찜찜하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과정과 결과, 곽노현 교육감의 2억원 수수와 관련한 검찰 수사와 교육감의 대응, 그리고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국회의원을 '동료애'로 감싸 안은 국회를 바라보면서 '상식의 정치'가 실종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무상급식을 두고 벌어진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그리고 정치권의 틈바구니에서 상식의 서울 시민들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국민 안중에 없는 일련의 코미디
주민투표의 한 주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화가 치민다. 무상급식문제를 시의회와 원만히 타협하지 못하고 주민투표에 부치도록 처리한 것을 포함해, 그 투표를 본인의 차기 대선출마와 연계해 과잉 정치화하고, 더 나아가 시장 직까지 걸면서 사생결단을 내려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즉각적 사퇴로 그나마 더 큰 실망감을 주진 않았지만 총체적으로 어수선함을 증폭시켰다. 투표 전후로 보인 민주당의 모습 역시 큰 정치를 하기에 그릇이 작아 보인다. 오세훈 시장의 오산을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행 주민투표제도에 비춰 투표결과가 결코 선택적 복지에 대한 보편적 복지의 일방적 승리가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이제 복지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을 넘어 오만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10월 재보궐 선거로 이어지는 선에서 마무리되는듯했던 상황은 곽노현 교육감이 후보 단일화의 대가로 상대에게 2억 원을 주었다는 검찰의 수사로 다시 한 번 출렁거리고 있다. 곽 교육감 자신은 아직도 자신의 행동에 불법적인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선의로 2억을 건넸다는 발언을 어떻게 일반시민의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좋은 뜻으로 돈을 전했지만 그 행위가 불법이었다면, 진심으로 잘못을 반성하고 교육감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까지 본인이 추진해온 교육개혁의 진정성을 확인해주는 길이다.
몰상식의 정치는 국회에서 재연되었다.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이틀 전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이다. 비공개 무기명 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인 198명에 훨씬 미달하는 111명만이 제명에 찬성했다니 의회사에 오점을 남긴 일이다.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출당 조치에 이어 5월 윤리특위에서 제명안이 처리되었으나 결국 본회의에서 제명안 부결로 끝난 상황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 구절까지 인용해 동료의원 살리기를 호소했다니 그야말로 몰상식의 극치다. 국회의원 배지 달기가 어려운 만큼 도덕적 잣대는 더욱 엄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상식이다.
민주정치는 본디 상식(커먼 센스)에 기반을 둔 정치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정책대결도 상식을 떠난 정치영역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 입법, 사법, 행정의 과정들이 모두 상식의 틀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유의해야 할 점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몰상식의 만연이 상식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상식의 씨앗이 자라는 풍토 돼야
독재와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넘어서 민주정치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몰상식의 정치를 조속히 극복하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민주정치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정노력이 절실하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려 한 눈 팔면 몰상식의 독버섯은 그새 부쩍 자라고 만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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