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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심형래의 ‘슬랩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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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심형래의 ‘슬랩스틱’

입력
2011.09.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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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랩스틱(slapstick)’은 코미디의 한 형식이다. 원래는 끝이 갈라진 막대기였으나 어릿광대가 들고 무대에서 공연을 한 것을 계기로 ‘과장되고 요란한 행동과 말로 사람들을 웃기는 익살극’으로 뜻이 바뀌었다. 대표적 배우가 무성영화시대 실제로 슬랩스틱 비슷한 지팡이를 들고나온 찰리 채플린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넘어지고, 엎어지고, 얻어맞고, 깨지는 바보 ‘영구’캐릭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심형래가 있다. 그는 그‘영구’란 이름을 달고는 자신의 꿈인 ‘영화감독’의 길을 선택했고, 온갖 조롱과 고생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해 를 내놓은 것이 1993년이니 그의 감독인생도 벌써 18년째다. 짧지 않은 세월 참 말도 많고 시끄러웠다. 때론 과장과 허풍으로 뭇매도 맞고, 몇 번이나 넘어지는 웃기만 할 수 없는 영화 인생에서의 쓰라린‘슬랩스틱’도 반복했다. 1994년 여름, SF영화의 거장 스필버그의 과 맞장을 뜨겠다며 내놓은 의 참패로 넘어졌고, 오랜 시간과 거액을 투자해 야심 차게 준비한 (1999년)와 (2007년) 의 해외 흥행 실패로 그는 또 다시 엎어졌다.

▦그때마다 그는 어김없이 잠시 ‘잠수’했다가 다시 일어서곤 했다. 어디선가 돈을 구해 회사를 살려나갔고, 자신이 개발한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으로 새 작품에 매달렸다. 구설수가 늘 뒤따르곤 했지만, 영화에 대한 도전과 고집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의 부진으로 그는 넘어지고 있다. 그의 영화사는 개점휴업 상태로 썰렁하고, 몇 달씩 임금을 못 받은 채 떠난 식구들은 노동위원회에 진정까지 냈다. 때 대출받은 돈을 놓고 소송에도 걸려있다. 게다가 공금 유용에 도박설, 로비설까지.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영화가 그렇듯, 그에 대한 평가도 극단으로 엇갈린다.‘신지식인 1호’가 될 만큼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상징이 됐지만, 기대 이하의 결과 반복과 투명하지 않은 과정으로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사기꾼은 아니다. 부정직하거나 방탕하지도 않다. 다만 모든 것을 혼자 하려는 아집과 강박이 자꾸 그를 넘어지고 오해하게 만든다. 감독의 길에서 얻은 지나친 자신감, 피해의식과 상처, 오기, 불신감 때문일 것이다. 이제라도 깨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심형래는 다시 일어나서 계속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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