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지난해 4월 국립중앙의료원이 법인화하면서 첫 원장에 취임하여 안팎의 기대 속에 현대화 작업을 잘 이끌고 있다고 여긴 때문이다. 그는 신설 국립암센터 원장을 연임(2000~2006년)하면서 성공적인 궤도에 올려놓았고,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책임을 맡았기에 더욱 그렇다.
박 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 노조의 요구가 터무니 없고, 외부단체(민주노총)까지 끼어 들어 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하는 데 질렸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국민 세금인 정부지원금을 환자를 위해 쓰기도 부족한 마당에 월급 인상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파업 전야제라며 입원실 바로 옆에서 확성기를 틀어 환자들을 괴롭히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공공의료기관 노조로서 요구가 지나치고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를 노조가 새삼 들고 나와 “공공의료의 후퇴”라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수법인으로 전환되기 전인 지난해 초 현재의 장소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키로 확정된 사안인데, 지금까지 대안을 내놓으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대목도 이해하기 어렵다. 노조 스스로 “주로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공공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공공의 의식’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박 원장의 사직서 제출에까지 이른 데에는 아쉬움도 있다. 노사 양측이 대화와 타협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원 기능 조정과 신설 의료원 운영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느 쪽이든, 가뜩이나 열악한 공공병원의 발전과 도약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박 원장의 사직서 제출로 여러 문제가 표면으로 불거졌지만, 봉합을 서두를 일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박 원장, 모든 의료원 직원들이 자세를 가다듬고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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