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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 두 사람에 곱지않은 시선/ "곽·박 때문에 우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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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 두 사람에 곱지않은 시선/ "곽·박 때문에 우리까지…"

입력
2011.08.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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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9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의 중재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진보 단일 후보가 된 곽노현 후보는 사퇴 의사를 밝힌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의 30년 전 인연을 소개했다.

곽 후보는 "서로 확인한 결과 박명기 후보는 그 유명한 1980년 서울역 집회에서 사회를 보셨고, 저는 지도부는 아니었지만 서울역 광장에서 고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7시간을 보냈다"며 "민주 진보 세력의 염원이 우리를 휘감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 교수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학생으로 총학생회 체육부장을 맡고 있었고, 곽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로펌 김앤장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후보 단일화 논의 끝에 박 교수는 "능력과 인품과 학식에서 앞서는 곽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하겠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고, 곽 후보는 "힘을 모아 행복한 교육혁명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동지적 관계였던 두 사람은 1년 만에 후보 단일화를 두고 금전과 인사상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로 전락했다. 둘은 자신들이 몸담았던 진보 진영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물론이고,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교육 개혁 운동에 큰 오점을 남긴 셈이 됐다.

곽 교육감 취임 이후 박 교수 측이 금전적 보상과 인사상 지분을 요구하면서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박 교수 측이 줄기차게 각종 보상을 요구해 곽 교육감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행적이 알려지면서 진보 단체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교수는 경선 때부터 이해하지 못할 요구를 해 상황을 어렵게 만들더니 결국 진보의 가치를 천박하게 만들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박 교수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던 교육단체 관계자도 "선거 이후 서로 등돌린 지 오래"라며 "이제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조 소속의 한 교사는 "당장은 검찰의 일방적인 수사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사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 교사는 "법적인 문제는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진보 진영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것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2억원의 자금 출처에 대해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작 곽 교육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함을 넘어서 분노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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