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서귀포시 강정마을. 지난 29일 법원이 해군기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강정마을에 대한 행정대집행, 공권력 투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3일 2,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시위까지 예고되자 마을 주변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중덕해안 삼거리에는 천막과 컨테이너 박스가 빼곡히 들어섰고 길 한복판에는 개인용 텐트와 버스, 승합차가 일렬로 늘어섰다. 진압에 대비한 일종의 성벽 같았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위원장과 주민 등은 농성장 안쪽에서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끝장투쟁에 나섰다. 홍기룡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으로 해군 측의 공사강행과 펜스 설치 등에 대해 비폭력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강제연행과 벌금 등을 감내하면서 비폭력 투쟁을 통해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에서 열릴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임박하자 경찰은 이날 서울경찰청 경비병력 449명을 제주로 추가 파견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제주경찰청도 일선 경찰서 수사분야 경찰 100여명과 전ㆍ의경 4개 중대 등 350여명을 현장에 추가 투입했다. 현장에 대기 중인 160여명까지 더하면 모두 1,100여명의 경찰력이 배치되는 셈이다. 그러나 장전배 경찰청 경비국장은 "경찰의 임무는 시위대의 해군 기지 예정지 진입을 막는 일"이라며 "부지 내에 설치된 텐트 철거, 관련자 연행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의 절정은 3일로 예정된 올레길 행진과 문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에서 기지 건설 반대 시민들이 '평화의 비행기'를 타고 강정마을에 도착하고 제주 곳곳에서 평화버스로 시민들이 모여들 예정이다. 이날 밤에는 문화제까지 예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는 현재 집회 신고가 필요 없는 '문화행사'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만 행사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이 등장하면 문화행사가 아니라 집회와 시위가 된다"며 "이 경우 사전 신고와 허가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집회가 되고 관련자 연행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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