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박태규 구속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지난해 고위 공직자를 상대로 퇴출 저지 로비를 벌여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은행에서 17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31일 구속 수감됐다.

박씨는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었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고, 법원은 서류 검토만을 거쳐 이날 밤 9시 36분 영장을 발부했다. 박씨의 구속영장 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수사 착수 초기인 올해 4월 초 캐나다로 출국했다 28일 귀국한 박씨는 영장이 집행돼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면서 캐나다 도피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도피하러 간 게 아니다. 손주를 보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정ㆍ관계 로비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저었다.

귀국 이후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온 박씨는 로비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일부 액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로비자금 수수 혐의를 모두 확인하는 대로 정ㆍ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해 부산은행 영업정지가 결정될 무렵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등 정ㆍ관계 인사들과 여러 차례 접촉한 정황을 잡고 수사해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