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날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오늘은 모두 웃으면서 헤어졌습니다"
21~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1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고 30일 귀국한 한국 대표팀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촐한 해단식을 가졌다.
대표팀은 처음 일곱 경기에서 내리 패했다. 주장 이숭교(42)씨는 "해외 여행을 처음 하다 보니 시차적응 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5월부터 8명의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연습을 해온 조현성(28) 코치는 "패배를 거듭하며 선수들이 인내와 양보를 배우는 게 보였다"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올해 홈리스 월드컵은 한 팀에 4명이 뛰는 풋살 형식으로 전반 7분, 1분 휴식, 후반 7분으로 진행됐다.
대표팀은 8번째 경기인 일본전에서 3대0으로 첫 승리를 거뒀다. 이숭교씨는 "최근 국가대표가 일본한테 3대0으로 졌는데 우리는 대표팀도 못한 걸 해냈다고 서로 웃으면서 격려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팀은 핀란드와 홍콩을 꺾고 13전 3승 10패를 기록해 48개국 중 39위를 기록했다. 승보다 패가 훨씬 많았지만 지난해 브라질 대회에서 11전 1승 10패로 참가국 중 최하위에 그쳤던 것보다는 크게 향상된 성적이다.
대회에 참가했던 한 노숙인은 "대회가 끝나니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며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졌고 여유가 생기면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남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 코치는 "축구는 노숙인들이 사회 복귀 준비를 하는데 좋은 스포츠"라며 "운동을 통해 기본적인 체력을 기르게 되고, 경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법에 익숙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수들은 모두 노숙인 자활시설에서 지내고 있는데 홈리스월드컵 참가를 계기로 표정이 놀랄 만큼 밝아졌으며, 막내 선수는 군입대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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