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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희롱 의원 감싼 국회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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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희롱 의원 감싼 국회 부끄럽지 않나

입력
2011.08.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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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 수준은 역시 낮았다. 여대생 성희롱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 제명 결의안이 31일 국회 본회의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부결됐다. 그것도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한 가결 요건에 미치지 못한 게 아니다. 투표참여 의원 259명 가운데 반대가 134명으로 찬성 111명보다 더 많았다. 기권 6명과 무효 8명, 그리고 불참의원 30여명도 사실상 반대 편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도대체 의원들이 어떤 이유, 어떤 생각으로 반대표를 던졌는지 알고 싶다. 강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학생들과의 회식에서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성희롱 발언을 한 게 별게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가. 당사자만이 아닌 아나운서 전체를 비하한 잘못이 의원직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가. 강 의원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보도한 기자를 고소한 뻔뻔함이 의원직 수행에 문제가 안 된다고 본 것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제명안을 부결시킨 의원들이 9월 한달 국회 출석을 금하는 강 의원 징계안을 상정해 처리한 것이다. 구차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것으로 생각했다면, 국민 수준과 시대 변화를 너무 모르는 한심한 작태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5월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과 기자 무고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 판결조차 무시할 정도로 의원들의 윤리의식이 무딘 것은 정말 걱정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성 추문에 대한 윤리기준은 엄격하다. 지난 6월 앤서니 위너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외설 사진을 보낸 게 문제되자 이내 사퇴했다. 몇 년 전에는 공화당의 거물인 마크 폴리 하원의원이 전직 인턴에게 성희롱 문자를 보낸 것이 드러나 사임했다. 밥 팩우드 상원의원은 성희롱 의혹을 부인하다 윤리위에서 사실로 확정되자 곧바로 퇴진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국회의원들은 성희롱 의원 제명안을 버젓이 부결시켜 천박한 윤리의식을 스스로 널리 알렸다. 그러고도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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