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어린이들이 무단으로 인라인스케이트와 킥보드를 타는 사건이 벌어졌으나 관련 기관들은 서로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기에 급급,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30일 저녁 경기가 끝난 오후 11시 10여분께 "경기장에 인라인을 타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신고전화에 따라 대구스타디움 관리소 직원들이 이들을 밖으로 내쫓았다.
관리소측은 "경기 종료 후 청소를 마치고 오후 11시께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는 중에 연락을 받고 내쫓은 점을 고려하면 대략 10분 정도 머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목격자들은 31일 자정 조금 못 미쳐 스타디움에 들어섰을 때도 트랙에서 험하게 타는 것을 봤다고 해 오랜 시간 트랙을 누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일반인 출입통제가 엄격한 곳인데 트랙을 훼손시킬 수 있는 인라인을 타고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경기장 내 트랙은 대구시가 종전의 우레탄트랙을 들어 내고 18억원을 들여 국제육상경기연맹이 권장하는 몬도트랙으로 새로 깔았다. 대회기간 중 트랙에는 선수와 경기 관계자 이외엔 경기장 관리 직원도 사전에 출입증을 받고 정해진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대회 이전에도 트랙 보호를 위해 각종 행사를 엄격히 제한했다.
게다가 경기장 출입문에는 입장권 확인 직원 및 경찰과 조직위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는 등 삼중망을 통과 해야 하고, 그라운드에 내려가려면 또다시 3개의 문 중 하나를 통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킥보드까지 타고 유유히 입장했다. 인근에 산다는 한 어린이는 "29일 밤 20여명이 인라인과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 인라인스케이트를 가져왔다"며 "이렇다 할 제지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직위와 경찰, 관리소측은 한결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