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만큼은 '꿈의 번호'다. 하지만 '9번 저주'를 풀지 못하면 프리미어리그(EPL)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스트라이커 박주영(26ㆍ아스널)이 지난 30일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각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등번호 9도 받았다. 이제 적응이라는 과제만 남았다. 박주영이 빅리그에 적응하기 위해선 '아스널의 9번 저주'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그동안 아스널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1995년 폴 머슨(잉글랜드)을 시작으로 니콜라스 아넬카(프랑스), 다보르 수케르(크로아티아), 프란시스 제퍼스(잉글랜드), 줄리우 밥티스타(브라질), 호세 레예스(스페인), 에두아르두 다 실바(크로아티아)가 9번을 달고 활약했다. 그러나 이들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해 '먹튀'라는 오명을 떠안아야 했다.
아넬카는 98~99 시즌이 끝난 후 연봉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훌쩍 팀을 떠나 팬들을 실망시켰다. 수케르는 1년 만에 아스널과 결별했고, '신성'으로 평가 받았던 제퍼스는 저조한 기록으로 방출됐다. 이어 9번을 받은 밥티스타도 24경기 3골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남겼다. 2007년 입단한 다 실바는 '살인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부상을 당한 뒤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로 이적했다.
'9번 저주' 앞에 선 박주영은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자리매김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투쟁심을 발휘해야 한다. 로빈 판 페르시(네덜란드), 시오 월콧(잉글랜드), 제르비뉴(코트디부아르), 마루아네 샤마크(모로코), 니클라스 벤트너(덴마크) 등이 박주영의 포지션 경쟁자다. 주전경쟁의 호재 요소가 있다. 제르비뉴와 샤마크가 내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시작되면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박지성의 출전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벤트너의 이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리그1에서 91경기 25골을 넣으며 유럽무대 경쟁력을 확인시킨 박주영으로선 EPL의 거친 몸싸움과 빠른 템포를 이겨내야 한다. 먼저 '9번 저주'를 푸는 게 EPL 성공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박주영은 31일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뛰는 마지막 팀이 아스널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겠다. 열정을 갖고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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