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생각해 첨가한 가습기 살균제가 오히려 위험물질이었다니…"
올해 초 서울시 한 대형병원에 폐손상 환자가 급증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던 '원인미상 폐손상 증후군'의 원인이 가습기에 사용된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발표에 소비자들은 어이없어 했다.
특히 당국은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성분은 직접 흡입하지 않는 한 유해하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판매 중인 샴푸, 물티슈, 화장품 등에도 해당 성분이 살균이나 방부 용도로 쓰이고 있어 불안감이 더했다.
이에 대해 역학조사 연구책임자인 이무송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원인이 된 성분은 호흡을 통해 다량 폐로 흡입되거나 장기간 노출돼야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성분이 포함된 물티슈로 코를 닦는 단시간 노출이나, 화장품을 바르는 등의 피부를 통한 흡수에 대한 위험은 현재까지 보고된 예가 없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호흡을 통한 흡입은 흡수율이 정맥주사와 비슷할 정도로 높지만 피부를 통한 흡수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출 경로뿐 아니라 환자의 환경과 특성도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조사팀은 추정했다. 올해 발생한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 16명 중에서도 임산부가 10명으로 압도적이었다. 권 센터장은 "임산부는 외출이 적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호흡량도 임신 전보다 30%이상 늘어난다"며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해당 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의 수분에 노출이 많아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는 1997년부터 출시돼 연간 약 60만개가 판매돼 왔는데도 보건당국의 규제 밖에 있었다는 제도의 허점이 이번 역학조사로 드러났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그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 품목이 아니었다"며 "향후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식약청에서 성분, 함량 등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시장에 유통된 지 14년이 됐는데 최근에서야 관련 폐손상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점도 의문이다. 권 센터장은 "올해 서울 특정 대형병원에 우연히 유사 증상의 환자가 몰리면서 질병관리본부에 사례가 보고돼 원인 조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이전에도 비슷한 요인으로 환자가 발생했었으나 단지 파악이 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은 일단 보건당국의 발표를 받아들여 제품 출시를 중지하기로 했다.
'가습기 세정제 협의체'는 이날 "질병관리본부의 이번 역학조사 결과는 여러 가지 위험 요소 중 하나에 대한 언급이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가 아니다"라면서도 "소비자들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품의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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