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치가 개인을 비난하는 미국 풍토를 답습하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노동당) 호주 총리가 발끈했다. 자신의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야권에 공개 경고를 날린 것이다. 31일 AFP통신에 따르면 길라드 총리는 전날 열린 공개포럼에 참석해 "호주 정치권의 토론이 미국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공적인 토론에서 잔인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 문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길라드 총리를 가장 자극한 것은 '거짓말쟁이 줄리아(JuLiar)'라는 신조어다. 총리의 이름(Julia)과 거짓말쟁이(liar)를 합성한 이 말은 길라드 총리가 야심차게 발표한 탄소세 부과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단골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집회에서 '우리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구호를 새긴 관이 등장한 것도 길라드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길라드 총리는 앞서 7월 500대 기업이 탄소 1톤을 배출할 때마다 23호주달러를 부과하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호주 산업계와 야당은 "환경을 앞세운 사회주의적 발상이 물가를 급등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길라드 총리는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에 대해 "생각을 바꾼 것은 맞지만 상황이 달라졌고, 그 때문에 매우 어려운 결심을 해야 했다"며 탄소세 도입 입장을 번복한 결정을 해명했다.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총리의 '미국화' 발언이 알려지자 토니 애보트 자유당 총재는 "야당 지도자의 역할은 보다 많은 비판을 하는 것"이라며 역공을 퍼부었고 존 하워드 전 총리 역시 "예전엔 지금보다 더 했다"며 길라드 총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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