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5월 사이 잇따라 발생했던 ‘원인미상 폐손상 증후군’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초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손상으로 입원한 환자가 16명으로 급증했고 5월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보건당국은 이 질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환자 16명 중 10명이 임산부였고 사망자 5명도 임산부여서 불안감이 확산됐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31일 “원인미상 폐손상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민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한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사례 28건 가운데 조사에 동의한 18건의 환자와 가족 등을 상대로 심층설문조사와 방문조사 등을 벌여왔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 원인미상 폐손상의 발생 위험률(교차비)은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무려 47.3배 높았다. 폐암 발생에 대한 흡연의 교차비가 10, 간암 발생에 대한 B형 간염의 교차비가 15~20인 것을 감안하면 위험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위해성평가, 동물을 대상으로 위험성 흡입평가 등 보완조사를 해야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으나 일정 수준 위해성이 인지돼 중간 발표를 통해 사용 자제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은 가습기 살균제 중에서도 일부 제품에 쓰인 성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 참여한 환자군(18건) 중 1~2건을 빼고는 모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고 상품명도 다수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은 평균 3~4년 동안 해마다 4개월 가량 가습기를 사용했고, 살균제 사용량은 월평균 1병 정도였다.
이 성분들은 화장품, 샴푸, 물티슈 등 생활용품의 방부ㆍ살균 기능 성분으로도 쓰이고 있으나 흡입하지 않으면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팀은 밝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문제가 된 살균제의 제품명이나 성분명에 대해선 함구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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