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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받아 집 사라더니…" 금리 치솟아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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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받아 집 사라더니…" 금리 치솟아 허탈

입력
2011.08.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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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과장 손모(39)씨는 최근 한달 용돈(60만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출ㆍ퇴근 수단도 자가용에서 지하철로 바꿨고, 레슨비(15만원) 부담으로 테니스도 중단했다. 손씨의 갑작스런 근검절약은 지난해 구입한 주택 탓이다. 그는 2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울 명일동의 한 아파트(90㎡)를 5억1,000만원에 샀다. 8년 전 결혼을 한 뒤 전셋집에서 계속 살다가 지난해 실수요자에게 금융ㆍ세제상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8ㆍ29대책을 믿고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손씨 아파트는 3,000만원 이상 떨어진데다 매매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출 당시 5% 수준이던 금리는 최근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월 100만원이상 물던 이자 부담이 갈수록 더해지는 상황이다. 손씨는 "주택 원리금 상환 부담에 잠도 잘 안 온다. 금리가 더 오르면 다음달부터 아이 학원도 줄일 생각이다. 정부를 믿고 따른 내게 왜 이런 시련이 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시장과 엇박자를 내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서민들만 골병이 들고 있다.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근 1~2년 새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쉽게 돈을 빌려 집도 사고 셋집도 얻으라는 유인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빚 억제대책으로 은행권에선 오히려 기존대출 상환을 독려하며 대출자를 옥죄고 있다. 가뜩이나 전ㆍ월세가는 치솟고 있지만 무차별적으로 오르는 금리 탓에 주택 소유도 쉽지 않다. 언제까지 정부와 시장의 논리 싸움에 서민들이 끌려 다녀야 할지 서민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작년부터 내놓은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의 골자 중 하나가 대출 확대다. 올해 3월 원상 복귀되긴 했지만 작년의 8ㆍ29대책이 대표적이다. 1억원 이하 소액 주택담보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고, 소득증빙 서류를 면제해주는 구간도 5,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정부는 올 들어서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취득세 완화 ▦전ㆍ월세 소득공제대상 확대 ▦오피스텔 건설자금 지원 등 대출완화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안정된 대출이 가능해야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대출 한도를 늘려 전세난 해소와 매매거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게 정부정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8·29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가량 하락하며 거래조차 끊겼고, 이는 고스란히 전ㆍ월세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에 돈이 묶이면서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반감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달 들어 가계빚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데다, 한국은행도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어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결국 정부 발표를 믿고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한 서민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는 셈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지금처럼 정부의 대출기조가 오락가락하면 불확실성을 우려한 주택수요자들이 전ㆍ월세 임대차 시장에 오래 머물러 거래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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