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데스크 칼럼] 물러나는 것이 사는 길이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데스크 칼럼] 물러나는 것이 사는 길이다

입력
2011.08.30 17:40
0 0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에서 분명한 사실은 두 가지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곽 후보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사이에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고, 8~10개월 뒤 곽 교육감이 2억원을 박 교수에게 주었다는 것. 돈 준 사실은 곽 교육감 스스로 고백했으니 논란의 여지가 없다.

법적 판단이 전부 아니다

문제는 두 사실 사이의 인과관계다. 검찰은 금전 제공의 대가성이 분명하다고 혐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해준 박 교수가 경제적 궁핍으로 자살까지 고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선의'로 돈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건넨 돈이 아니고, 그런 약속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법은 분별력에 기초하고 있고, 두 가지 사실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 단일화와 돈 전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주장함으로써 금전 제공의 대가성, 즉 범죄 성립의 요건을 부정한 것이다.

곽 교육감의 진정성은 이해가 된다. 지난해 5월17, 18일 이틀간 진행됐다는 양측의 단일화 협상에서 박 후보측이 선거비용 보전을 요구했을 때 곽 후보는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이는 박 후보측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날인 18일 양측 실무자들의 만남에서 협상이 타결됐고, 이때 7억원 제공 약속이 있었다는 게 박 후보측 주장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런 약속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약속을 누가 했고 곽 교육감은 이를 알고 있었는지를 규명하면 된다. 당시 협상 참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곽 교육감도 협상과정에서 선거비용 보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협상은 타결됐다. 정황상 실제로 금전제공 약속이 있었을 경우 곽 교육감이 이를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그것은 검찰이 입증해내야 할 부분이다.

현장에서 목격하지 않은 사건의 진실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똑같이 겪은 사실도 사람마다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흔하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른 것도 같은 이치다. 또한 매사가 상식과 경험법칙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진실은 전혀 엉뚱한 데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곽 교육감의 유죄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의심을 가질만한 정황들은 충분하지만, 그가 금전 제공을 직접 약속했거나 약속을 알았다고 단정할 근거가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논란일 뿐이다. 설사 법적으로 무죄 판단을 받는다 해도 그것이 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동기가 순수했다고 해도 그의 행위를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백 보 양보해 그 자신은 몰랐더라도 후보 캠프의 누군가가 금전 제공을 약속을 했다면 그에 대해 후보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그는 정직과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가르쳐야 할 교육계의 수장 자리에 있다. 그런데도 곽 교육감은 이 문제를 법적인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공정택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교육감 자리를 지켰다. 여론의 압력이 거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 전 교육감과 비교되는 것조차 불쾌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그런 비교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곽 교육감은 현명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것이 범죄인지 아닌지, 부당한지 아닌지, 부끄러운 일이 아닌지는 사법당국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사법당국의 판단에 앞서 국민은 이미 그가 교육감 자리에 계속 머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진정성과 당당함을 법정에서 입증하기 바란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