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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 이번엔 '거실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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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 이번엔 '거실 쟁탈전'

입력
2011.08.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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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시장을 양분하며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사활을 건 싸움을 앞두고 있다. 단, 이번엔 휴대폰이 아닌 TV(스마트TV)에서다.

특히 스마트TV는 애플의 새 CEO가 된 팀 쿡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여서, '잡스 없는 애플'의 성패 여부가 이 싸움에서 좌우될 수도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두 소프트웨어 거인들이 TV분야까지 진출할 경우, 세계적 제조사(하드웨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로선 또 한번 커다란 도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플의 또 다른 도전

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애플이 MP3 휴대폰 태블릿PC 등 모바일을 넘어 스마트TV에 진출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어차피 독보적 운영체계(OS)인 iOS를 가진 회사인 만큼, 휴대폰이나 태블핏PC에 설정하듯 TV에 프로그램을 깔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제 사람의 손(휴대폰 태블릿PC)을 넘어 가정내 거실까지 장악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TV 사업 진출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무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사업자인 '훌루'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TV에서도 적용 가능한 3D 이미지 구현 기술 관련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미국 IT 전문 매체인 벤처비트는 "애플의 TV 사업은 TV 콘텐츠뿐만 아니라 제조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며 "스마트TV 제작과 서비스를 통해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장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셋톱박스 형태의 인터넷TV를 출시한 바 있지만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일반 TV를 제조한 적은 없다.

특히 팀 쿡이 새롭게 CEO에 부임하면서 TV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켰다면 쿡에게 주어진 과제는 거실의 디지털화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의 야심

애플의 iOS에 맞서 안드로이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구글 역시 TV사업에 적극적이다. 다만 TV 자체를 제조하는 건 아니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TV에 웹브라우저(익스플로러 같은 인터넷접속 소프트웨어)를 담는 형태로 소비자들이 모든 종류의 온라인 비디오를 검색해 감상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과 모바일 OS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구글 역시 이젠 최종적으로 가정 거실을 공략한다는 구상이어서, 애플과 또 한차례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소니와 손잡고 이런 방식의 구글TV를 내놓은 상태다.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의장 겸 회장은 "전 세계 TV 업체들이 앞으로 5년내 구글TV를 채택할 것"이라며 "우선 내년 초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구글TV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앞서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통해 이미 TV 사업확장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내 1위 케이블TV용 셋톱박스 공급업체다. 전체 매출 가운데 30% 가량이 TV셋톱박스에서 나오고 있으며, 각종 방송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TV는 일반 TV와 달리, 컴퓨터기능을 내정하고 있기 때문에 OS 즉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필수다. 때문에 TV기기 자체만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로선, 스마트폰처럼 영혼(OS) 없이 몸통(기기)만 제공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IT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애플과 구글의 TV 사업 진출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TV 업체들에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결국,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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