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족보 연구를 위해 대한민국 팔도를 누빈 일본인 교수가 31일 정년퇴임한다.
서울대 인류학과 시마 무스히코(65) 교수의 정년퇴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시마 교수는 지난해 14년간 몸 담았던 일본 도호쿠대에서 정년 퇴임후 한국학 연구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울대로 왔다. 1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대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한국학을 계속 연구할 수 있게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죠. 1년 밖에 못 있는다는 것을 알고 왔지만 막상 떠나려니 많이 아쉽습니다."
시마 교수는 도쿄대 인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9년 유네스코 교환학생으로 뽑혀 처음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때묻지 않은 농촌 풍경과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에 매료됐던 그는 이후 박사학위 논문 준비를 위해 전남 나주에 1년 동안 머물면서 한국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한국 족보를 주목했다. "일본은 사촌조차 먼 사이로 느끼는 데 한국은 달랐어요. 조상의 제사를 빼먹지 않고 집성촌까지 이루고 사는 모습에서 한국의 끈끈한 친족사회를 체감했죠."
그는 한국의 오랜 전통인 가부장제가 일반화한 시기는 3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7세기 이전엔 제사를 모시거나 재산을 상속하는 데 있어서 남녀의 차별이 없었고 외손도 친손과 함께 족보에 나란히 올랐지만 이후 유교문화가 강화되면서 부계 중심의 사회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를 위해 나주뿐 아니라 성주 대구 등 전국 산간 벽지를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며 족보를 수집했다.
퇴임후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의 뿌리 찾기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글ㆍ사진=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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