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관료를 지낸 부동산 재벌이 아이슬란드에서 대규모 토지를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북대서양의 요충지 아이슬란드에 전략 거점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황누보 중국 종쿤그룹 회장이 최근 생태리조트와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아이슬란드 북동부 그림스스타디르 아 피욜룸 지역에 300㎢의 땅을 사들이는 가계약을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누보 회장은 토지 구입 비용으로 10억크로나(880만달러)를 지불키로 했으며 총사업비로 100억~200억크로나를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판론자들이 이번 거래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매입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300㎢는 아이슬란드 국토의 0.3%를 차지하는 면적으로 리조트를 지으려면 이토록 넓은 땅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황누보 회장은 "아이슬란드의 깨끗한 자연을 동경해 투자를 결심했다"고 주장하나 그가 과거 중국 중앙선전부와 건설부에서 일한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경제적 투자로 단정짓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 이유는 아이슬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2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최근 북극해 빙하가 빠르게 녹아 내리면서 유럽과 북미대륙을 잇는 화물 운송로로 주목받고 있다. 또 그림스스타디르 아 피욜룸은 심해항과 인접하고 아이슬란드 최대 빙하강을 끼고 있어 잠재적 가치가 더욱 큰 곳이다.
외그문두르 요나손 아이슬란드 내무장관도 "중국이 세계 곳곳에서 추진 중인 토지 매입 정책의 결과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려면 아이슬란드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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