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면 인터넷 대출 완료.' '30분이면 대출 승인.'
흔히 접할 수 있는 대부업체 대출 광고다. 물론 상당히 과장된 것이다. 심사서류가 갖춰져 있어도 실제 대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반나절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사나흘은 감수해야 하는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과 비교하면 매우 간소한 절차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심사를 얼렁뚱땅하는 것도 아니다. 작년 말 현재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들의 평균 연체율은 7.2%. 저축은행 업계 연체율이 3월 말 현재 15.8%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대형 금융회사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셈이다. 과연 대형 대부업체의 여신심사 시스템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는 걸까.
30일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 A사의 여신심사 기준을 보면, '대출거절 항목'이 총 28개나 됐다. 대출신청 고객이 28개 항목 중 단 1개라도 해당이 되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대출이 승인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우선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많이 보유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보유 카드수가 11개 이상이거나 ▦최근 30일간 신용카드를 6개 이상 개설한 고객 등이 대출거절 대상이다.
대출 및 현금서비스가 과도한 고객도 자동으로 걸러진다. ▦은행연합회에 등재된 대출 총액이 7,000만원을 넘거나 ▦1,000만원 미만 소액 대출이 7건(또는 5,000만원) 이상이거나 ▦저축은행 대출 건수가 5건(또는 1,000만원) 이상인 경우 등이 해당된다. 현금서비스가 5건 이상이거나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대출거절 사유가 된다.
본인의 신용정보를 자주 조회한 고객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전 금융권을 통 틀어 신용정보 조회건수가 36회 이상이면 무조건 대출이 거절된다.
특히 2금융권에서의 잦은 신용 조회가 주요 결격 사유다. ▦저축은행 조회건수 총 10회 이상 ▦30일 내 저축은행 조회건수 5회 이상 ▦채권추심업계 조회건수 2회 이상 ▦대부업체 조회건수 10회 이상 ▦할부금융 조회건수 21회 이상 등이다.
대부업체 대출에는 연령 제한도 있다. 만 19세 이하 청소년이거나, 만 60세 이상 고령층은 대출이 원천 차단된다.
이런 28개 항목을 모두 통과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출 승인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출거절 항목'과 별도로 '심사강화 항목' 26개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으로 대출을 거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출 가능 여부를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경계선상에 있는 고객들의 판단기준이다. ▦신용카드 개수 8~10개 ▦대부업계 대출 300만원 이상 ▦저축은행 대출 800만~1,000만원 ▦신용정보 총 조회건수 30~35회 ▦신용정보 및 개설 내역이 전무한 고객 등이 해당된다. 만약 심사강화 항목에 해당되는 고객이라면, 추가 심사를 위해 당일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대출 신청자 중 대출승인 비율이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그만큼 엄격하게 대출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들은 자국에서의 오랜 대출영업 관행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당히 과학적인 여신심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참조할만한 내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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