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가 지난 것일까, 장대를 잘못 고른 탓일까.'
추락한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ㆍ러시아). 그는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 4m80의 마지막 시기에 도전했지만 날개를 펴보기도 전, 스스로 실패를 직감한 듯 제대로 솟구쳐 오르지도 못한 채 장대와 함께 허망하게 바닥 아래로 떨어졌다.
이신바예바가 하락세로 접어들었음을 직감할 수 있는 경기였다. 세계기록만 27개(실외 15개ㆍ실내 12개)를 작성했고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5m 벽'을 넘었지만, 더 이상 '지존'이 아니었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에서만 9번이나 시상대 꼭대기에 섰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올해의 여자 선수에 세 번(2004ㆍ2005ㆍ2008), 라리우스 재단이 뽑은 '올해의 스포츠우먼'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던 그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는 없었다. 2년 전부터였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이례적으로 3번 연속으로 바를 넘지 못했고, 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최고기록이 4m76(랭킹 4위)에 그치자 15살 때부터 자신을 가르친 옛 스승 예브게니 트로피모프 코치의 품으로 4년 만에 돌아갔지만 허사였다.
이신바예바는 그러나 경기 뒤 "기량이 뒤처진 게 아니라 장대 탓"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컨디션은 아주 좋았지만 나에게 맞는 장대를 가져 오지 못했다. 점프를 할 때마다 장대를 바꿨는데 매번 맞지 않았다"고 했다. 결과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도 내 안에 어딘가에 더 세울 세계기록이 있는데 그게 어디 있는지 몰라서 열심히 찾고 있다"며 세계기록 도전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대구 대회에서 또 다시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내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고국에서 처음 열리는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이신바예바. 그는 자국에서 홈 팬들의 박수갈채 속에 선수생활을 아름답게 마치고 싶어하지만 계획처럼 될지는 미지수다.
대구=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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