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스티브와 커피 한 잔 했으면 좋겠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최근 물러난 스티브 잡스(56)의 생부 압둘타파 존 잔달리(80)가 "50여 년 전 아들을 입양시킨 것을 후회한다"며 아들에 대한 애절한 심경을 털어놨다. 시리아 이민자인 잔달리는 최근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언젠가 잡스가 전화 해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잔달리는 1955년 여자친구 조앤 심슨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심슨의 아버지는 잔달리가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에 반대했고 심슨은 잔달리 몰래 샌프란시스코로 가 아이를 낳은 뒤 입양시켰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잡스 집안에 보내졌다. 몇 달 뒤 심슨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잔달리와 심슨은 원하던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과 잡스가 함께 살지는 않았다. 잔달리는 인터뷰에서 잡스를 찾아오기 위해 노력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잔달리와 심슨은 2년 뒤 딸 모나를 낳았지만 4년 만에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모인 심슨은 재혼한 뒤 생존해 있고 여동생 모나는 유명 소설가가 됐다.
현재 네바다주 리노의 한 카지노 부사장으로 있는 잔달리가 전처 심슨이 낳아 입양 보낸 아들이 애플의 수장 잡스라는 것을 안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는 이후 잡스의 생일(2월 24일) 때마다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무슨 글을 썼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짧게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메일에는 '아버지'(Dad)라는 서명 대신 이름만 적었다. 답장이 오진 않았지만 잡스가 재산 때문에 연락한다고 오해할까봐 전화는 하지 않았다. 그는 "재산을 욕심 내는 것도, 입양 보낸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언제가 됐든 친자식과 만나 커피 한 잔 마시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들의 멋진 인생에 한 부분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프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라면서 "지금처럼 성공한 기업의 대표가 아니어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abc방송은 잡스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CEO였지만 76년 애플 컴퓨터를 공동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개인사를 철저히 함구해 사생활이 베일에 가려 있다고 전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의 사장이자 애널리스트인 팀 바하린은 "잡스는 언론과 인터뷰할 때도 애플의 신제품에 대해서만 말할 뿐 자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잡스의 개인사가 생부에 의해 사실상 처음 공개된 셈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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