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30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이날 낮 최고기온은 32도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푹푹 찌는 찜통 더위. 여기에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의 열정이 연일 더해지면서 스타디움은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해 있었다.
뛰는 선수들이나, 지켜보는 관중들 모두 숨 막히기는 마찬가지. 급기야 관중석에서는 비키니 차림까지 등장해 관중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 잡았다. 경기장 양 옆에 마련된 외국 선수단 임원 및 가족석 등에 여름 해변에서나 볼 법한 상의 비키니를 입은 외국 여성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던 것.
이 외국인은 “대구가 덥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면서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따가워 선글라스를 꼈지만 이 것만으로는 부족해 비키니를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비키니는 아니지만, 민소매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외국인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대구의 ‘더운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학생 관람객도 연일 경기장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날 만난 한 중학생(14)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이 학생은 “반 친구들 함께 왔다”며 “선생님이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입장권을 사실상 강매한 ‘학생 강제동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대구지역 중학생은 최근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수업 안 들어서 좋긴 했지만 아무래도 예선이 많은 오전 경기에는 관중이 적은 편이라 단체 위주의 학생들이 동원되고 있다”며 “나도 그 중에 하나였다”라고 말했다. 이 글은 육상대회 관람후기를 써야 하는 숙제이기도 했다. 한 외신 취재진은 “육상이 좋아서 스스로 찾아야 그게 제대로 된 관람문화”라며 “그래야 한국육상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현장체험을 통해 수준 높은 세계 육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면서도 “관중석을 보니 사표(死票)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오후 입장율은 개막일인 27일 99%에서 다음날인 28일 95%, 29일 88% 등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대구=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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