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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카다피 일가 이산가족 신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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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카다피 일가 이산가족 신세로

입력
2011.08.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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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의 부인과 자녀 3명이 29일(현지시간) 접경국 알제리로 도피했다. 그동안 카다피 가족의 해외도피설은 수차례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리비아 내에 머물렀던 셈이다. 카다피와 아들 2명은 리비아에 남아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제리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카다피 부인 사피아, 장남 무하마드, 5남 한니발, 외동딸 아이샤, 손자들이 알제리 리비아 국경을 넘어 오전 8시45분 입국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인도주의적 이유로 이들을 받아들였고 카다피의 행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샤는 9월초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가는 당분간 알제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시민군은 알제리 정부의 입국허가를 비난하며 카다피 일가의 송환을 요구했다.

카다피 일가가 도피처로 알제리를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국경을 넘기 수월한 데다 카다피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 또 카다피와 아들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출범시킨 로마협정 미가입국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프로그램 이사인 존 알트먼은 "리비아와 알제리는 석유중심의 경제와 강한 중앙정부체제를 유지했던 점이 공통점"이라며 "알제리 정부는 리비아 사태가 자국 내 반정부세력 시위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튀니지도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앞서 시민혁명으로 독재자를 축출했고 시민군 측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리비아 대표기구로 인정했기 때문에 카다피 일가를 받아줄 입장이 아니다. 알제리는 차드와 함께 인접국가 중 드물게 카다피에게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는 나라여서 카다피가 망명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꼽혀왔다.

알제리로 도피하지 않은 카다피와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 3남 사디는 트리폴리 남부 바니 왈리드에 은신해있다고 이탈리아 통신 안사(ANSA)가 리비아 외교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났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그간 사망설이 제기됐던 막내아들 카미스는 29일 트리폴리 남부 타르후나와 바니 왈리드 사이에서 교전 끝에 숨졌고 시민군이 그를 땅에 묻었다고 시민군은 주장했다. 4남 무타심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리비아에 남은 이들은 시르테에서 최후의 일전을 준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바니 왈리드는 트리폴리와 시르테 사이에 위치해 있다. 시민군은 시르테 서쪽 30㎞까지 진격해 시르테를 평화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 현지 부족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시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공동성명에서"리비아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카다피 잔당을 없앨 때까지 연합작전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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