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0톤 18038개 부품 2500000개 못구멍
얼어붙은 철탑 살갗이 달라붙는다
내리는 눈발 속에서 노동자가 아직도 보수공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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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글자체나 문자의 배열을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어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타이포그래피라고 합니다. 시인 중에서 특별히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가졌던 이는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입니다. 는 시에서 그런 내용을 가진 문장을 비가 내리는 모습으로 길게 늘어뜨려 회화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시인 역시 20세기 초의 아폴리네르처럼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에 빠졌나 봅니다. 알파벳의 첫 글자 A를 사용하여 철탑의 모습을 즉각적으로 시각화했습니다. 알파벳의 첫 글자처럼 우리의 현대적 미감을 첫 번째로 자극하는 철탑은 아무래도 에펠탑! 에펠탑은 6,400톤의 금속 부품과 250만개의 구멍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시인은 타이포그래피의 시각적 강렬함에 슬그머니 촉각적 감각을 더합니다. 얼어붙은 금속 표면에 피부가 무섭게 쩍쩍 달라붙는 그 고통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누군가 보수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미감과 고통을 간결하지만 충분하게 전달해주고 있어요.
송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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