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들썩거리게 만든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의 실격이 팀 동료 요한 블레이크(22ㆍ자메이카)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볼트는 지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당했다. 볼트가 빠진 채 치러진 레이스에서 블레이크는 9초 92의 평범한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트의 실격에 대해서 ‘자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지난해 부정 출발과 관련한 규정을 강화시킨 가운데 우승에 대한 지나친 의욕 때문에 실수를 범했다는 것. 그러나 볼트의 부정 출발이 외부 요인 탓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 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영국의 스포츠전문채널 유로스포츠는 볼트의 부정 출발이 옆 레인에 위치했던 블레이크 탓이라고 주장했다. 유로스포츠는 당시 경기 장면을 느린 영상으로 분석해 ‘셋 포지션’에서 블레이크가 왼발을 먼저 움직였고 볼트가 이에 반응해 스타트 라인에서 튀어 나갔다고 지적했다.
유로스포츠 해설위원으로 1990년대의 단거리 육상 스타인 아토 볼든은 “블레이크의 움직임은 미세했지만 볼트가 반응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볼트가 자신의 레인에 집중하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블레이크가 실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볼트는 스타트가 늦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고 이번 대회에 앞서 가진 연습 레이스에서 블레이크에게 여러 차례 뒤졌다. 자신의 레이스에 집중하지 못하고 블레이크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도 유튜브에 올라 있는 볼트 실격 장면의 느린 영상을 링크한 기사에서 “블레이크가 볼트의 부정 출발에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트가 당시 부정 출발 직후 보였던 반응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스타트 라인을 뛰쳐 나간 후 자신의 부정 출발을 직감한 듯 상의를 벗어 젖혔고 “누구짓이야(Who Is It?)”라고 울부짖었다. 당시는 절망한 볼트의 자책성 발언이라고 여겨졌지만 유로스포츠의 지적과 경기 장면 영상을 고려할 때 블레이크의 움직임에 반응해 실수를 저지른 후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블레이크의 움직임은 명백한 파울로 이 같은 사실이 지적됐다면 실격은 볼트가 아닌 블레이크가 당했어야 한다. 영국 단거리 육상의 간판 스타 드웨인 챔버스도 100m 준결선에서 블레이크와 비슷한 움직임으로 실격 처리됐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동영상과 함께 ‘블레이크가 볼트 실격의 원인 제공자’라는 주장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볼트 실격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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