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와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정부의 행위는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특히 그 동안 정부가 내세워 온 ‘외교관계 불편’등의 주장을 분명히 배척하고, 분쟁해결절차로 나갈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헌재는 30일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108명과 원폭 피해자 2,500여명이 “정부가 한일간 재산 및 청구권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며 각각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위헌확인 심판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모두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헌법 전문, 헌법 제10조, 제2조 제2항과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 청구권 협정)’제3조의 문언을 근거로 국가가 위안부ㆍ원폭 피해자들의 분쟁해결에 나서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외교행위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내세우는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의 발전가능성’, ‘외교관계의 불편’등의 이유는 매우 불분명하고 추상적”이라며 “피해자들의 구제를 외면하는 타당한 사유라거나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할 국익이라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실현은 헌법상 재산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 관련이 있는 등 매우 중대하다”며 “양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고령으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배상청구권 실현이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원폭피해자에 대해서도 “(최근) 원폭피해자 문제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의 확산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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