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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박태규 전격 귀국… 부산저축은행 수사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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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박태규 전격 귀국… 부산저축은행 수사 탄력

입력
2011.08.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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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가 돌아왔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캐나다로 도피한 지 약 5개월 만인 28일 전격 귀국함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이 은행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박씨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 몰리자 긴급 소방수로 영입한 인물로, 주로 거물급 인사들을 상대로 이 은행의 구명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입'이 열릴 경우 향후 정국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씨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부산저축은행의 '1,000억원 유상증자' 부분.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하로 떨어져 경영개선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에 부랴부랴 유상증자에 나섰고, KTB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지난해 6월 말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으로부터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는 이미 부산저축은행 부실화 우려가 제기됐던 터라, 금융권 및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포스텍 등의 무리한 투자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올해 4월 하순,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59ㆍ구속기소) 부회장 등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1,000억원 유상증자는 바로 박씨의 정ㆍ관계 로비의 결과라는 진술이 확보된 것이다. 여권 유력 정치인이 유상증자를 돕는 조건으로 부산저축은행이 경북 포항 소재 건설업체에 대출해 주는 데 박씨가 관여했다는 첩보도 입수됐다.

그러나 박씨가 해외로 도피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더 이상 진전을 보기 어려웠다. 검찰은 다각도로 박씨의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지난해 6월 무렵 그의 통화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사들을 상대로 주변 조사를 하는 등 저인망식 물밑 수사에 주력해 왔다. 이달 중순 한상대 신임 총장 취임 이후에는 자진귀국을 압박하기 위해 베테랑 수사관 7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리기도 했다.

박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지금까지 부산저축은행의 로비 의혹 수사망에 걸려든 유력 인사는 은진수(50ㆍ구속기소)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54ㆍ구속기소)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53ㆍ불구속 기소)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정도다.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대검 중수부의 명성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다. 이제 드디어 '실력'을 발휘해 수사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30일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인 검찰은 영장이 발부되면, 이후 그가 지난해 접촉했던 고위층 인사들을 차례로 불러 부산저축은행 로비 의혹의 '몸통'을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박씨가 지난해 7월 무렵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총 17억원을 받아 이 중 2억원을 반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돈이 박씨가 챙긴 성공보수인지, 아니면 박씨의 로비 대상이었던 제3의 인물에게 건네졌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박씨의 통화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금융당국 고위 인사 등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중수부 관계자는 29일 "박씨 수사의 본질은 로비 부분"이라며 "필요한 절차를 하나씩 밟다 보면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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