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종종 베두인(사막 유목민) 텐트에서 잠을 자며 검소하게 살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자녀들은 달랐다. 3남 사디, 외동딸 아이샤의 호화생활이 밝혀진 데 이어 4남 무타심은 트리폴리 공격 전날까지 파티를 즐기고, 5남 한니발은 집안 피고용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한니발과 부인 에이라인은 유모에게 화상을 입히는 등 고문에 가까운 폭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1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건너와 한니발의 어린 아들과 딸을 돌봐온 샤이가 물라(30)는 얼굴과 두피, 가슴과 다리에 화상과 구타 흉터가 가득했다. 6개월 전 에이라인이 아이들을 울지 못하게 때리라고 했는데 물라가 말을 듣지 않자 그를 욕실로 데려가 손과 발을 묶고 끓는 물을 부은 것. 물라는 "구타할 때마다 3일간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게 한 데다 치료를 받지도 못해 머리에서 구더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4남 무타심은 시민군이 트리폴리를 공격한 전날인 19일까지 승리를 장담하며 옛 연인과 파티를 즐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출신 글래머 모델 탈리타 반 존은 트리폴리 시내 병원에서 가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무타심은 시민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곧 전투에 합류했고, 나는 시민군에 의해 호텔에 붙잡혀 있다가 '산 채로 태워 죽이겠다'고 위협해 호텔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고 밝혔다. 2004년 3개월간 무타심과 사귄 그는 무타심이 평소 아돌프 히틀러, 우고 차베스, 피델 카스트로를 동경해왔고 한 달에 200만달러를 쓸 정도로 씀씀이도 컸다고 회고했다.
또한 트리폴리 내 한니발 카미스 아이샤 등 카다피 자녀들의 호화 저택들은 구경 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정작 카다피는 다른 독재자나 자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소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하지만 선글라스만큼은 명품을 고집했다. 평소 "내 미래가 너무 밝아서 가리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루이비통 선글라스를 즐겨 썼던 카다피의 바브 알 아지지야 관저에선 카르티에를 포함 명품 선글라스 100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