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홈스쿨링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불리한 내신 성적 없이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서 등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매년 학교를 그만두는 '학업중단학생'은 6만1,000여명에 달한다. 올해 6월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의 학업중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번 이상 학업 중단을 고민한 학생은 중고생 응답자(3,374명)의 32.2%(1,088명)나 됐다.
왜 학생들은 자퇴를 원할까. 뜬금없이 자퇴하겠다는 자녀를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 무조건 자퇴를 막는 것이 능사인가. 여전히 부모세대에게는'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곧 인생의 실패'라는 생각이 공고한 현실에서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이 분야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들어 봤다. 상담심리학 석사인 신규진 경성고 진로상담부장은 십여 년 간 상담교사로 활동해 왔다. 그가 그간 쌓은 상담 노하우를 풀어낸 책 , 등은 상담교사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자녀가 어느날 '엄마 나 학교 그만둘래'라고 하면, 부모님들은 놀란 마음에 '무조건 안돼'를 외치게 되는 일이 많죠. 하지만 자녀와 함께 자퇴 후 계획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나누기만 해도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 교사는 '학교 탈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세가지 유형이 있으며, 학생이 자퇴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경우 우선 이중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살펴 그에 맞춘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분류는 신 교사가 수년간 150~200여명의 학생들을 상담하며 자퇴를 하려는 학생의 계획성, 능동성의 정도에 따라 직접 만든 것이다.
우선 포기형 자퇴다. 몸과 마음이 무력하고 학교생활에 전혀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로, 절도 등의 비행에 빠지기도 한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스스로 자퇴를 원한다기 보다는 대게 게임중독 등으로 장기간 무단결석을 하다 학교로부터 자퇴를 권고 받는 경우가 많다. 신 교사는 "이런 학생의 경우 학교를 그만두면 사회로부터 더욱 심각하게 고립될 수 있으니 자퇴보다 먼저 의욕 상실을 해소시킬 수 있는 근본적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의 지지"라며 "학교를 그만두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을 텐데 부모마저 지지해 주지 않으면 그 학생은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기분을 느껴 더욱 의욕상실 상태에 빠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다음은 충동형 자퇴로 교사와 갈등, 교칙에 대한 불만, 가정불화로 갑자기 스스로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다. 이런 학생은 자아강도, 저항심, 비판의식이 높은 경향이 있고, 자신보다 먼저 자퇴한 친구나 선배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유형은 자퇴의사를 뒤집을 가능성도 가장 높다. 부모가 의견을 귀담아 듣고 자퇴 후 현실적으로 부딪혀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차분히 일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은 목표지향형 자퇴로, 자퇴 후 학습계획이나 진로에 대한 계획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경우다. 학생 스스로 자퇴 후 다닐 도서관, 학원 등을 알아봤다거나, 대안교육, 홈스쿨링 등의 별도 계획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공부를 잘하는 학생 만이 여기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데, 학교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거나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관계 속에서 오는 긴장감 등을 견디지 못하고 불안하게 느껴 학교 밖에서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는 사례도 있다.
신 교사는 "목표지향형 학생의 경우 학교에 잡아 두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자퇴 후 학업계획과 성공 가능성 등에 대해 함께 리스트 등을 만들어 꼼꼼히 점검해 본 후 결정하되, 그에 뒤따르는 책임에 대해 분명히 미리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유형에 해당하든 주변에서 모두 반대하는 자퇴를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도 있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좌절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가는 힘을 가진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무엇이든 성취하려는 동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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