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현행 교육감 선거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과 도지사를 뽑는 자치단체장 선거와 달리 후보들의 인지도가 떨어져 이른바 '묻지마 투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투표용지의 기재 순번을 추첨으로 정하기 때문에 '기호 1,2번'처럼 투표용지 위쪽에 이름을 올리는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후보들 사이에선 '번호만 잘 뽑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출사표를 던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는 보수 성향의 후보 6명과 진보 성향의 후보 2명이 후보 등록을 했고, 진보 성향의 박명기 후보는 투표를 약 2주 앞두고 단일화에 합의해 후보를 사퇴한 바 있다.
교육감 선거의 승패가 정책이나 인물 대결 대신 후보 단일화 성공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상되자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 후보 단일화가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과 금품 수수 등의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인천 교육감 선거에선 정부 고위 관계자가 보수 성향 후보의 난립을 막기 위해 특정 후보에게 불출마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당공천 배제 원칙에 따라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선거과정에서 정치권과 각종 이념단체의 개입이 공공연하게 이뤄진 점과 교육감의 법적 선거비용 한도액이 서울 39억원, 경기도 41억원에 달하는 등 고비용 문제도 지적돼왔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마저 제기되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시장과 교육감이 짝을 이뤄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교육감 직선제는 여야 합의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러닝메이트제로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문제점이 교육 자치의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 교육계 인사는 "후보 매수와 금품 수수 등의 문제는 이전 간선제 때 더욱 심했던 문제"라며 "선거인단을 축소할수록 부정 개입 소지가 많기 때문에 직선제를 유지하되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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