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전세계 육상 팬들은 모두 대구 스타디움을 응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사인 볼트가 100m 결선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구 현지 날씨 습도는 높았으나 바람이 약간 불어 시원했다. 결선 진출자 8명의 얼굴을 살펴보면 자메이카 선수가 3명으로 35%를 차지해 단거리 왕국임을 입증했다. 프랑스가 2명으로 25%를, 미국은 1명(12.5%)에 그쳤다. 특히 그 동안 세계선수권대회 100m 결선에는 백인이 없었는데 크리스토프 르메트르(프랑스)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르메트르는 보폭이 가장 큰 스트라이드형 선수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이날 100m 결선에서는 당연히 볼트가 우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우사인 볼트는 준결선을 거쳐 결선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여유 있게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스타팅 블록에서 총성이 울린 후에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볼트가 부정출발로 실격된 것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볼트의 부정출발은 지나친 부담감과 자신감이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부진했던 시즌기록으로 인해 최고의 단거리 왕좌로서 권위가 떨어졌고 이로 인해 훈련부족이나 부상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 아사파 파월, 타이슨 가이 등 강력한 라이벌들이 불참함으로써 금메달은 떼어 논 당상인 듯 보였다.
볼트의 실격은 세계적인 선수라 할지라도 결선에서의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한다.
볼트가 빠지고 난 뒤 두 번째 총성이 울리고 레이스가 재개되었다. 50m까지는 킴 콜린스가 주도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가속능력이 뛰어난 요한 블레이크와 월터 딕스가 콜린스를 앞지르며 골인했다. 볼트가 빠진 기록은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블레이크가 9초92를 보였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10초대의 기록으로 결선 출전자 평균 기록이 10초24로 예년에 비해 크게 뒤졌다.
블레이크는 출발반응시간이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하지만 블레이크는 가속력을 앞세워 42보에 골인했다. 반면 볼트는 오전 준결선에서 40보에 레이스를 마쳤다.
이런 결과는 100m 경기력 주요 요인이 반응시간과 출발능력보다는 가속능력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따라서 100m 훈련 시에는 가속능력을 키우는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경기력 영향요인이 100이라면 가속능력이 64%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