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중국의 고위 당 간부와 유명 외교관, 군 관료 등이 스파이 혐의를 하다 적발된 사례들을 폭로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진이난(金一南) 중국 국방대 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정부 내부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간첩 혐의자들을 공개하고 이들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진 소장이 150분간 발언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을 통해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졌으며 중국 공안당국이 이들 사이트를 전면 폐쇄했지만 파문은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진 소장은 동영상에서 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이자 중앙규율위원인 캉르신(康日新) 중국 핵공업집단공사 총경리가 2006년 중국 원자력산업과 관련한 정보를 프랑스와 미국의 원자력 회사에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캉 전 총경리는 2010년 뇌물 수수와 부패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진 주임은 "캉 전 총경리가 당시 기업 비밀을 외국에 팔아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낳았지만 사건의 전말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캉 전 총경리 사건은 정치적 폭탄 선언으로 당시 중국 공산당에 큰 파장을 불렀고 이를 계기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당 고위 간부와 정부 관리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부패 조사를 지시했다.
진 소장은 주한중국대사를 지낸 리빈(李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01~2005년 주한대사를 지낸 리 전 대사는 귀국 후 2007년 국가 기밀 누설 혐의로 구금된 것으로 외부에 알려졌지만 사실은 국가기밀 누설이 아닌 명시되지 않은 경제 부패 혐의로 7년형을 선고 받았다고 진 소장은 소개했다. 그는 "리 전 대사의 혐의는 중국인으로서 너무도 치욕적인 것으로 막심한 국가적 손해를 가져왔다"며 "그의 간첩 행위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6자 회담 기간 동안 중국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2004년 영국정보기관에 국가기밀을 누설한 차이샤오훙(蔡小洪) 전 홍콩 주재 중국 중앙연락판공실 비서장을 비롯해 2000년 미국으로 망명한 쉬쥔핑(徐俊平) 전 중국 인민해방군 대령과 5년간 미국과 일본, 대만 등 5개국 정부를 위해 간첩행위를 해온 뤼젠화(陸建華)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등에 대한 진 소장의 폭로가 공개됐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간첩행위에 대한 생생한 진술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중국 당ㆍ정부ㆍ군 인사들의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 파문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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