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호당 가격이 2만원 정도 밖에 안되던 박수근 선생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4호짜리 그림 하나를 팔아 제게 저녁식사를 사주셨어요."
서울대 조각과 첫 신입생이던 백문기(46학번ㆍ대한민국예술원 회원)씨는 "형편이 어려워 저한테도 사정 부탁하려다 결국 말 못하고 돌아가신 기억이 난다"며 박수근이 당대에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걸 무척 아쉬워했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 졸업생 모임인 서울조각회(회장 최명룡)가 지난해 창립 30주년(1980~2010)을 기념해 준비해온 회고록 이 29일 출간됐다. 1940년부터 최근까지 백씨를 비롯해 강태성(49학번ㆍ이화여대 명예교수) 임송자(59학번ㆍ전 중앙대 교수) 김효숙(63학번ㆍ조각가) 김창세(74학번ㆍ목포대 미대 교수) 김영선(89학번ㆍ조각가)씨 등 세대별 조각가 27명이 겪은 대학 시절 시대상황과 예술 활동을 인터뷰 등의 형식으로 묶었다. 책에서는 해방 이후 둘로 나뉘었던 미술계의 이념대립 상황과 군사정권 아래 열악했던 미술환경 등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월북 작가 길진섭, 이쾌대, 김만형 등에서부터 작고한 윤승욱, 김종영 등 한국 조각계 거장까지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일화도 다수 포함됐다.
회원 작품 88점을 선보이는 '제32회 정기회전'도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31일부터 내달 6일까지 열린다. (02)734-7555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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