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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박근혜 대북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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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박근혜 대북 제3의 길

입력
2011.08.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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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미국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9ㆍ10월 호 기고를 통해 공개한 대북정책 구상이 화제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처음으로 모양을 갖춰 남북관계 새 틀 짜기 방향과 전략을 밝혔으니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평가와 반응은 진영과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진보 쪽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ㆍ개방 3000 구상과 뭐가 다르냐고 힐난하고, 보수는 사실상 햇볕정책의 아류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DJ,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압정책을 양비ㆍ양시론적으로 버무렸을 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따갑다. 기존 정책들과는 다른 제 3의 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감수해야 하는 숙명이다.

진영과 성향 따라 천차만별 평가

박 전 대표의 구상은 2009년 5월 미국 스탠포드 대학 강연을 발전시킨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토대 위에 남북관계 새 틀 짜기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 '신뢰외교'(Trust politik)와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남북 사이의 진정한 화해를 어렵게 한 요인을 신뢰부족에서 찾고 신뢰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에 공감이 간다.

박 전 대표는 신뢰외교를 "국제적 규범에 근거하여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한국 및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론적 차원이고, 국제적 규범 준수 등은 이명박 정부도 해온 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남북 신뢰구축 주장은 북한 체제 인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북한 정권에 혼란된 신호를 보냈다. 대화와 교류ㆍ협력을 얘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끊임 없이 압박을 통해 체제붕괴를 노린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악화 일로를 치달아온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과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혼란스러운 신호가 주된 배경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상대방 체제에 대한 인정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신뢰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박 전 대표의 대북 신뢰외교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북 정책 구상에는 자신의 방북 및 김정일 면담 경험도 녹아 있을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창당한 한국미래연합 대표 시절인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 김정일 위원장과 독대한 적이 있다. 박 전 대표는 뒷날 자서전 등을 통해"북측과 터놓고 얘기해보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방북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김정일과의 담판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등을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을 터이다. 두 사람 간에는 한때 한반도 남북을 지배한 통치자들의 장남, 장녀라는 데서 묘하게 통하는 정서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 신뢰구축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박 전 대표가 중국의 역할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일 것이다.

햇볕과 강압 정책 넘는 비전을

북한문제 해결의 핵심은 박 전 대표의 지적대로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신뢰할 만한 억지, 끊임 없는 설득, 더욱 효율적인 협상전략 등의 적절한 조합을 그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구상에는 천안함, 연평도 도발 문제 등 당면 난제를 풀어갈 현실적 방안이 결여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전 대표의 대북 구상이 햇볕정책과 강압정책을 넘어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내는 제3의 길로 우뚝 서려면 더욱 다듬고 보완해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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