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간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어 온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 김계령(32ㆍ삼성생명)이 대표팀에서 하차할 뜻을 내비쳤다.
김계령은 28일 끝난 제24회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이 같은 계획을 전했다. 김계령은 "전부터 생각해 왔다. 몸 상태까지 좋지 않아 이번 대회 출전도 무리였지만 팀을 위해 합류했다"면서 "나도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된 것 같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로 평가 받은 대회인 만큼 내가 없어도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선민(국민은행)과 박정은(삼성생명)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데 이어 김계령까지 하차하면서 2000년대 여자농구를 대표해 오던 '빅 3'는 모두 대표팀에서 빠지게 됐다.
김계령은 숭의여고 3학년이던 98년부터 15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여자농구의 골 밑을 지배했다. 대표팀 멤버가 간간이 교체될 때도, 각 구단이 차출을 거부할 때도 기복 없는 기량에 국제 대회에서 검증된 센터 김계령만은 빠지지 않았다. 김계령도 그런 국가대표 사정상 15년째 국내 리그와 대표팀 생활을 병행하는 강행군을 이어 왔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묵묵히 합류에 응해 분골쇄신해 왔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무릎 부상이 심각해 재활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대표팀의 부름에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대만전과 일본전, 레바논전에 교체 멤버로 잠깐 코트에 섰지만 벤치에서 후배들을 격려하며 맏언니다운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문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 교체의 기반을 다졌다. 김정은(신세계)과 김연주, 김단비(이상 신한은행)가 막강 포워드 라인을 구축했고, 최윤아(신한은행)의 스피드를 앞세워 예선 풀리그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과 홈팀 일본을 연파하는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성공으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6전 전승 끝에 정작 올림픽 티켓이 걸린 결승전에서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패하며 베테랑의 필요성을 실감해야 했다.
정선민, 박정은에 이어 김계령까지 하차 의사를 밝힌 여자농구의 두 번째 세대 교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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