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말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5%에서 4.5%로 한 차례 낮춰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다시 내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최근 불거진 선진국 재정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셜클럽 초청강연에서 "아직은 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좀 더 지나면 정확한 전망을 다시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전체적으로 하방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제는 당분간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세계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 발언에 대해 재정부는 일단 원론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리스크 요인이 새로 추가됐으나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 장관도 "국내외 전망기관들의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좀 더 따져봐야 한다"며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국제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전후해 올 세계경제 성장률을 4%대 초반에서 3%대 후반으로, 미국ㆍ유럽ㆍ중국ㆍ러시아 등의 전망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달 5%를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물가상승률에 대해 박 장관은 상대적으로 낙관론을 폈다. 그는 "9월 이후에는 3%대로 진정돼 기상이변이 없다면 당초 전망인 4.0%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33만명 증가를 예상한 고용전망은 초과 달성을, 16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전망도 목표 달성을 점쳤다.
박 장관은 다만 "8월 수출이 원래 계절적으로 부진한데다 집중호우 등이 겹쳐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 있다"며 "미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요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입 통관실적이 처음 발표되는데, 자칫 (9월초 발표될) 물가나 외환보유액 지표 등과 맞물려 '경제가 상당히 안 좋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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