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현재‘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전반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데다, 진보진영에서조차 사퇴론이 힘을 얻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복수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9일 “곽 교육감이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사퇴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앞서 교육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떳떳하게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여론을 일축한 것이다. 곽 교육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올바름과 정직이 (저의) 인생의 나침반이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위법과 반칙은 없었다”며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울 게 없으므로 사퇴할 이유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는 교육감직 사퇴가 금품 제공의 대가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의 측근으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가 29일 체포되는 등 검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고, 정치권과 교육계의 압박이 거세져 결국 조기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당장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 소환과 구속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렴도 향상’을 내세워왔던 서울교육 수장이 현직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보수ㆍ진보 구분할 것 없이 학부모, 교원단체 대부분이 이날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점을 특히 무시할 수 없다. 평소 교육복지확대,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 진보 교육정책을 지지해온 좋은교사운동을 비롯한 4개 단체 연합인 2010서울교육감시민선택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2억 원이 대가 없는 돈이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액수다. 적절치 않은 행위였다”며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수사를 받는 게 마땅하며 그렇지 않으면 교육복지 확대 등 여타 교육혁신의 가치들 마저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호소했다.
곽 교육감의 사퇴여부와 시기에 따라, 차기 교육감 선거 일정은 크게 세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 우선 9월30일까지 자진 사퇴가 이뤄질 경우 공직선거법(35조)에 따라 10월 26일 재보궐 선거에서 교육감 선거가 열리고 곽 교육감은 전직 교육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10월 이후에 사퇴를 할 경우 내년 4월 총선 때 교육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끝까지 자리를 유지한 채로 수사 및 재판에 응하고 대법원까지 이 사건을 가져갈 경우 최종판결 내용과 시기에 따라 당선무효가 결정되고 선거 일정이 결정된다.
앞서 공정택 전 교육감은 2008년 10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고, 2009년 1월 기소됐으나 항소, 상고를 거듭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09년 10월까지 1년여 간 자리를 지켰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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