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내 주식ㆍ채권 투자 금액만 70조원에 이르는 ‘큰 손’으로 기금운용과 관련해 증권사 등으로부터 집중 로비의 대상이 되고 있어 운용방식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감사원 조사에서 증권사들의 로비를 받고 투자분석업무를 맡길 증권사 선정 순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증권사와 위탁 운용사들은 국민연금과 거래를 트게 되면 한해 총 수백~수천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내년 1월부터 시행할‘국민연금 기금운용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에 따르면 특정 금융기관이 국민연금에 로비한 사실이 처음 적발되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해당 기관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5년까지 국민연금과 거래를 할 수 없다. 2차례 적발되면 거래 중단 기간이 사안별로 가중되며, 3번 적발되면 사안의 경중과 관련 없이 영구적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참여할 수 없다.
또 공단 재직 중에 고의로 기금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품수수, 향응, 공금 횡령 등으로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자를 채용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최대 5년간 거래가 중단된다. 부정행위자들의 재취업을 막고 민간 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또 공단에서 기금운용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원은 기존의 주식 매입금지 의무에 공단 입사 전 보유했던 주식의 매도도 금지가 추가된다. 주식매매가 전면 금지되는 것이다. 또 직원의 배우자와 미성년자 직계비속의 주식거래 내역도 점검해 주식거래를 한 것이 있는지 감시할 예정이다. 주식거래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경중에 따라 내부 징계절차에 들어간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공단 실무부서에서 위탁운용사와 거래증권사를 선정해 왔으나 전문가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거래기관을 선정하도록 했다. 선정과정에서의 세부 평가항목과 선정기준 및 평가배점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으며 탈락기관에 대해서는 탈락사유도 공개하기로 했다. 선정기관 명단은 홈페이지에 공개되며, 개별기관의 커트라인 점수, 평가총점, 항목별 평가점수, 탈락사의 미흡한 점 등은 신청기관에 개별적으로 전달된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공단은 운용전략의 노출, 선정기준 공개시 증권사의 기계적ㆍ인위적 요건 맞추기 등을 우려해 포괄적인 평가항목 및 배점만을 공개해 왔으나, 이 같은 비공개 정책이 내부정보에 접근 가능한 공단직원에 대한 전관예우의 통로로 악용되고, 관련 로비의혹만 키웠다”며 “모든 선정기준을 공개하게 되면, 외부기관의 로비가 근절되고, 거래기관 선정과정 및 결과에 대한 그간의 의혹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를 이달 말까지 감사원에 통보하고, 10월말까지 관련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1월말부터 새 규정을 시행키로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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