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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분만보다 낮은 수가? 의협 주장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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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분만보다 낮은 수가? 의협 주장은 과장

입력
2011.08.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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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분만 수가가 강아지 분만 비용보다도 낮다." 의료계가 국내 의료수가(건강보험 진료비)가 낮다고 항변할 때마다 흔히 해온 얘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상당히 파급력이 있는 비유였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 협상에 앞서 발간한 '2011년 의원유형 수가 조정 방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병ㆍ의원의 자연분만비용(수가)이 약 54만원으로 미국(661만원), 프랑스(307만원), 영국(225만원)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은 상당히 과장되거나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계는 주장의 근거로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의 연구자료(OECD 국가의 산과진료 서비스제도 및 보험수가 비교 연구 최종보고서)를 인용했는데, 원본 보고서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대형병원들과 우리나라 국립대병원의 분만수가(115만원ㆍ조사당시 960달러)를 비교한 것이어서 이를 곧바로 국내 일반 병ㆍ의원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연구 책임자였던 연세대 김소윤 교수는 "다른 나라는 의원에서는 분만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자료는 대형병원끼리 비교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결국 의료계가 낮은 수가를 강조하기 위해 국제수가비교 자료를 왜곡한 셈이다. 병ㆍ의원은 인력ㆍ관리비용 등이 대형병원보다 덜 들어가기 때문에,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더구나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 지수 보정 자연분만 수가'는 한국이 1,770달러로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보다 높았다. 조사대상 10개국 평균 1,926달러보다 약 8% 낮은 수준이다. 제왕절개 분만수가는 우리나라가 1,877달러였으며, 구매력 지수 기준으로는 3,458달러로 조사가 이루어진 5개국 중 3번째로 중간을 차지했다. 의료계는 "강아지 분만보다 못한 수가"라고 분만수가 인상을 요구해, 지난해와 올해 각각 25%씩 자연 분만수가가 인상됐다. 그러나 동물병원 강아지 분만은 자연분만 15만~30만원, 제왕절개 30만~60만원 정도이니 '강아지 분만'과 비교한 것도 과장이었던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관계자는 "아이를 많이 나을 때는 문제가 안됐는데, 저출산으로 산부인과가 어렵다 보니 분만수가가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각국마다 의료체계가 다르고 인건비 등 부분별 원가를 정확히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해 국제수가 비교는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사협회는 보고서에서 "2006년 심평원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수가의) 원가보전율이 73.9%였으며,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는 것은 정부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에서 악의적으로 수치를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가보전율은 비급여 규모와 연관이 있는데 심평원 자료에서는 비급여 규모가 현실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MRI 원가를 계산할 때 얼마나 검사가 많이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원가가 달라지지만, 비보험 검사 규모를 병원들이 축소해 제대로 된 집계가 안 된다는 것. 심평원은 급여행위 대비 비급여 행위 수익률을 1.78배로 설정해서 원가보전율을 계산했는데, 실제 수치는 몇 배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수가가 비교적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수익을 공개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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